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 문화가 자본을 앞설 수 있는 방법은 노동에 ‘창조적 부가가치’를 담는 것이다.[사진=뉴시스]
문화는 자본주의의 생산성과는 다른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품의 가격은 원가(자본+노동)와 이윤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문화 분야의 가격에는 여기에 창조성을 포함해 가격이 책정된다. 자본과 노동의 이윤이라는 두가지에 창조성 이윤이 더해진 게 문화적 상품의 특징이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가 시작되면서 한 세기를 아우를 어젠다(agenda) 3가지를 선정했다. 여성, 환경, 문화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이들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3대 어젠다 중 문화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변화는 실제로도 그러한가. 우선 같은 차원의 주제인 여성과 환경은 21세기의 핫 이슈로 손색이 없다. 경제적 의사결정권에서의 역할, 소비를 넘어 생산활동에서 비중, 가정 구성원으로서 권한,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활동 등 여성은 대단한 변화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은 이제 보존의 대상을 넘어섰다. 관리의 대상이자 경제적 차원에서 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 탄소발생 억제는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됐다. 아울러 저탄소발생 에너지 생산을 위해 엄청난 경제적 희생을 각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화가 이들과 함께 이슈가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디지털’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 디지털을 문화가 포함하고 있어서다. 인류는 아날로그 세상과 함께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지구상에 또 하나의 세계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 지는 셈이다. 지금 세상의 모든 것은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세상의 이동(복제)를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시대다.

디지털 세상은 모방ㆍ활용ㆍ창조 3단계로 만들어지고 있다. 아날로그 세상을 그대로 가져가는 모방, 아날로그 세상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법을 찾는 활용, 그리고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 이 3가지가 우리가 만들어가는 디지털 세상이다. 둘째, 21세기는 여가(after work)의 시대다. 19세기가 생산의 시기, 20세기가 소비의 시기였다면 21세기에는 여가가 가장 중요해 졌다. 19세기 정부는 생산 구조의 확대를 통해, 20세기 정부는 소비의 편리성, 무한소비 확장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했다. 21세기 정부는 여가의 제공을 통해 지배하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여가는 문화가 가장 잘 하는 부분이다. 문화의 융성은 여가의 확장을 의미하고, 이는 곧 사회적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셋째, 문화가 갖는 경제성의 관심이다. 오랜 세월 문화는 경제성이 없는 것, 그러나 삶의 윤택함을 위해, 사회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필수적인 것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21세기 문화는 콘텐트와 결합, 산업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문화는 기존의 자본주의의 생산성과는 다른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품의 가격은 원가(자본+노동)와 이윤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문화 분야의 가격에는 여기에 창조성을 포함해 가격이 책정된다. 자본과 노동의 이윤이라는 두가지에 창조성 이윤이 더해진 게 문화적 상품의 특징이다. 흔히 얘기하는 고부가가치의 핵심은 바로 창조성이고, 이는 문화적 상품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쓴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가져오고 있다. 주요 20개국을 대상으로 30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그의 결론은 “돈(자본)에 의한 부의 증식이 노동에 의한 부의 증식에 앞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정확히 지적한 것으로 세계 경제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생산과 소비 시절에는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문화 시대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은 피케티의 한계에 대해 “분석은 좋으나 대안이 미비하다”는 평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자본에 앞설 수 있는 방법이 창조성을 가진 부가가치적 활동이라면 자본보다 인간의 가치가 더 우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 
류준호 서울과기대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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