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고객서비스 열전

커피 한잔을 주문했을 뿐인데, 이름을 불러준다. 비 오는 날이면 제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우산을 씌워준다. 가벼운 짐 하나도 주차장까지 세심하게 배달해준다. 작지만 은밀한 서비스가 고객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요란한 걸 싫어하는 요즘 소비자를 겨냥한 소소한 서비스다. 

▲ ①현대백화점 빨간우산 서비스 ②현대백화점 빨간모자 서비스 ③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④스타벅스 콜 마이 네임[사진=더스쿠프 포토]
전세계 60여개국에서 스타벅스의 매장수가 가장 많은 도시는? 흥미롭게도 서울이다. 서울의 스타벅스 매장수는 현재 291개로 스타벅스의 고향인 시애틀보다 2배 많다. 뉴욕(277개)과 상하이上海(256개), 런던(202개)보다도 많다. 현재 국내 스타벅스 매장수는 650개. 스타벅스가 매장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외국계 커피숍으로 분류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커피 가맹점포 거리제한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스타벅스가 고객들 관심을 받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고객의 감성을 터치하는 은밀한 서비스를 제공해서다. 스타벅스의 멤버십 카드(스타벅스리워드 카드)를 통해서다. 회원수만 100만명 이상인 스타벅스리워드 카드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담아 사용하면 상상 이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음료를 주문해 받을 때면 직원이 주문번호 대신 이름을 불러준다. 스타벅스의 멤버십 카드를 모바일에서 사용하려면 스타벅스 웹사이트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때 닉네임을 저장하면 된다.
 
스타벅스는 올 1월부터 ‘콜 마이 네임’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서비스 론칭 후 20일 만에 약 20만명의 고객이 홈페이지에 닉네임을 등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때문일까. 올 5월 29일, 스타벅스는 더 은밀한 서비스를 내놨다. ‘사이렌 오더’다. 고객은 주문을 하기 위해 굳이 카운터 앞까지 갈 필요가 없다. 모바일 앱으로 음료 선택부터 주문까지 모든 걸 할 수 있다. 고객의 시간을 절약하고 선택의 폭까지 넓혀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카페라떼를 주문한다고 치자.

모바일 앱만으로 음료 사이즈(톨ㆍ그란데 등), 에스프레소 샷의 양, 우유 종류(두유ㆍ저지방우유ㆍ무지방우유)를 선택할 수 있다. 우유 거품 정도와 온도까지 정할 수 있다. 시럽 종류는 물론 휘핑크림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나만의 음료를 만들어 모바일 앱을 통해 결제하면 끝이다. 충전도 가능하다. 결제를 마쳤으면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이다. 음료가 준비 되면 휴대전화에 ‘음료가 준비됐습니다. ○○○ 고객님. 영수증 번호는 ○○입니다’는 팝업이 뜬다. 음료가 카운터에 준비돼 있다는 의미다.

모바일로 주문에서 결제까지

음료를 받으러 가면 직원이 다시 한번 친절하게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떴냐”고 물어본다. 한번 선택한 음료는 ‘나만의 음료’로 저장할 수 있어 아무리 까다로운 주문이라고 하더라도 뒷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는 이 세심한 서비스를 미국에서보다 먼저 국내에 도입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사이렌 오더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IT기술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한국 고객 특성에 맞게 전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며 “특히 바쁜 시간대에는 주문 대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빠르게 매장수를 확대하고 있는 대만 밀크티 전문점인 공차. 이 밀크티 프랜차이즈 업체의 주문 방식 역시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밀크티를 주문하면 ‘당도’와 ‘얼음’을 선택할 수 있다. 당도는 0부터 30ㆍ50ㆍ70ㆍ100%로 세분화하고 얼음양도 0ㆍ50ㆍ100%로 나눴다.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옵션’을 제공하는 거다. 게다가 이곳 직원들은 음료를 건넬 때 이런 멘트를 던진다. “공차 올리겠습니다.” 뭔가 대접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서도 별거 아닌데 기분 좋은 게 많다. 특히 백화점 업계는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운다. 현대백화점 강남점에 가면 정문에서부터 직원이 문을 열어준다. 화장품ㆍ잡화 매장이 모여 있는 백화점 1층에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빨간 모자를 쓴 직원이 고객의 짐을 들고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직원은 백화점 정문을 나와 건너편 택시정류장까지 고객의 짐을 날라다 준다.

현대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장바구니 운반 서비스다. 현대백화점 식품관 계산대 앞에는 빨간모자를 쓴 도우미들이 항시 대기하는 데 원하면 주차장, 대중교통 승차장 등으로 짐을 운반해준다. 현대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시작한 ‘빨간모자 서비스’를 통해서다.  ‘빨간우산 서비스’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여름부터 백화점 방문 고객에게 1층 정문이나 후문에서 외부 주차장, 택시 승강장, 버스 정류장까지 우산을 씌워준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경우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건물로 이동하려면 10m가량의 야외 공간을 지나쳐야 한다. 비가 오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있다. 그런데 비가 오면 이곳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나와 고객에게 빨간우산을 씌워준다. ‘파라솔 크기’의 우산이라 유모차를 끌고 온 고객까지 비를 맞지 않는다. 짧은 거리라 우산을 켰다 끄기 불편한 고객을 고려한 세심한 서비스다.

 
우산 하나로 감동을 선물

중소형아울렛에서도 고객들 마음을 간파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산패션단지에 있는 W몰은 백화점과 견줘도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간 약 1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VIP 전용 카드를 발급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브랜드 및 식당가 5~10% 상시 할인ㆍVIP 라운지 이용ㆍ주차 무료ㆍ기념일 선물ㆍ문화공연 초대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 정도 서비스를 백화점에서 받으려면 연간 최소 1500만원 이상은 구매해야 한다.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은 업종을 불문하고 치열하다. 소비자는 한정돼 있고 업체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요란한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서비스에 감동한다”며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보다 진심을 담아 지속적인 서비스를 하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더 작고 은밀한 데서 고객서비스를 시작하라는 거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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