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코카콜라는 ‘음료’라는 카테고리의 한계를 로고와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혁신 등으로 돌파했다.[사진=뉴시스]
브랜드는 소비자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산다. 문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브랜드를 향한 사랑과 관심도 식을 수 있다는 거다. 해법은 하나다. 브랜드에 새롭고 독특한 활력을 꾸준히 불어넣는 것이다. 이는 100년 기업으로 가는 필요충분조건이다.

7080세대라면 그룹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라는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가사는 대략 이렇다.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 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야.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렘을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실증은 이젠 없을 거야.”

가만히 보면 이 노래는 오래된 연인이 직면하는 문제와 해법을 동시에 제시한다. ‘연락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 ‘관심도 없는 일상적인 대화’ 등이 오래된 연인의 문제라면 ‘두근거림’ ‘설렘’이 그 해법이다. 사랑이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랑과 신뢰만으론 부족하고,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이런 공식이 사랑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이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도 소비자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얻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라도 10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100년간 시장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노랫말처럼 ‘고객의 신뢰와 애정’이라는 바탕에 ‘두근거림과 설렘’ 등의 활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근거림과 설렘’은 ‘낯선 브랜드가 주는 새로움과 독특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를 꾸준히 혁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고객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데 굳이 혁신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업과 브랜드의 영속성은 그 운명을 함께한다. 기업에 브랜드는 경쟁자를 이기는 싸움의 기술인 동시에 이익의 원천이다. 기업의 중요한 무형자산이기도 하다. 기업이 브랜드를 잃는다는 것은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것과 같다. 브랜드의 혁신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때문에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혁신을 통해 브랜드에 새롭고 독특한 활력을 꾸준히 불어넣어 줘야 한다.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코닥과 노키아는 사라졌다. 코닥은 세계 1위의 필름 기업이었고, 노키아는 세계적으로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휴대전화 브랜드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코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다가 혁신에 실패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의 급격한 확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무선사업을 내줬다. 코닥은 시장에서 영원히 사라졌고, 노키아는 수익의 최대 원천이던 무선사업을 접고, 그 명맥만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질레트는 다르다. 면도기 한가지만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질레트는 3중날 면도기에서 4중날 면도기로, 4중날 면도기에서 5중날 면도기로 제품을 향상시켰다. 남성의 전유물인 면도기를 여성용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질레트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꾸준히 불어넣은 게 생존의 발판이 된 것이다. 물론 질레트도 브랜드 혁신 동력이 사라지거나 고객에게 새롭고 독특한 활력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만큼 브랜드 혁신은 중요하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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