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가 만난 프랜차이즈 CEO | 문준용 구름공방 대표

장사에 성공하려면 차별성과 독특함 등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달라도 무언가는 달라야 생존한다는 거다. 그런데 그 경쟁력으로 ‘정성精誠’을 말하는 이가 있다. 문준용 구름공방 대표다. 사업보다는 점주가 더 중요하다는 그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었다.

▲ 문준용 대표는 음식이든 사람이든 정성精誠으로 대해야 성공한다고 말한다.[사진=지정훈 기자]
올해 4월 서울 강동구 명일역 인근에 작고 아담한 매장이 오픈했다. 간판에는 붙어 있는 비행기와 지구별 비어하우스라는 글씨가 이채롭다. 그 옆에 작게 쓰인 이름. ‘구름공방’이다.  문을 열고 들어간 내부는 아기자기하다. 벽면 곳곳에는 작고 귀여운 소품들이 반긴다. 좀 더 안쪽 내부에는 커다란 목조나무가 들어오는 사람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나뭇잎이 달린 나무가 아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각목들로 만든 나무다. 색칠이나 장식을 하지 않아 투박해 보일 수 있는데, 느낌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독특하다고나 할까.

전체적인 매장 분위기는 ‘예쁘다’였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뭘까. 문준용 구름공방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 위주의 콘셉트입니다. 메뉴도 파스타, 피자, 떡볶이, 샐러드 위주로 돼 있어요. 주류는 부드러운 크림생맥주와 세계맥주가 대표적입니다.” 구름공방은 문 대표가 2~3년 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스몰비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각오로 만든 브랜드다.

구름공방의 구름은 크림생맥주의 거품을 의미한다. 또 구름은 하늘에 떠 있으면서 가벼운 이미지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하늘같은 고객에게 좋은 음식으로 웰빙을 제공한다는 문 대표의 마음이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성精誠을 넣었다. 그는 구름공방 론칭 이전에는 감성주점 버들골이야기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실내포차에 감성을 입히고 간판에 자전거를 매달아 당시 포차 브랜드에 감성 열풍을 몰고 왔었다. 버들골이야기는 1999년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포장마차다.
 
유아용품 공장을 운영했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쓰러지자 당장 뭐라도 해야 했다. 어렵사리 마련한 2000만원으로 이태원의 허름한 23㎡(약 7평) 매장에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노하우가 없는 그의 매장에 손님이 찾아올 리 없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고수를 찾아 나섰다. 무릎을 꿇고 알려달라고 빌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 어떤 이에게는 “돈부터 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럴수록 그의 집념은 더 강해졌다.

소문난 포장마차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안주 연구에 몰두했다. 이런 노력 끝에 그가 발견한 비법이 ‘정성’이다.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과 손님에 대한 정성은 변치 않는 무기가 된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맛과 멋보다 중요한 가치가 정성이죠.” 정성은 통했고,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저녁 7시 이후면 매장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유명해졌다. 매장이 유명해지면서 창업을 문의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조건없이 그들에게 창업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모든 노하우를 배운 이들은 스스로 문 대표를 스승으로 불렀고, 자신들은 제자라고 말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 보기 드문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문 대표는 버들골이야기와 구름공방으로 프랜차이즈의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맹점이 몇 개인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점주에게 도움을 주며, 망하지 않는 매장을 만드는게 더 중요합니다.” 음식이든 사람이든 정성으로 대해야 한다는 문준용 대표. 그를 보면서 정情이 가득한 한국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그려본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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