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숍의 무한변신

▲ MCM SPACE 1층 매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우주선이 눈길을 끈다.[사진=MCM 제공]
명동 복판에 ‘파란색 우주선’이 떴다. ‘노란색 부케’가 고객을 기다리는 매장도 있다. 상상하는 모든 걸 눈치보지 않고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명동에 둥지를 튼 ‘글로벌 플래그숍(단독매장)’ 이야기다. 이들 플래그숍은 팔색조 변신을 거듭하면서 국내외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명동 복판에 대형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섰다. DDP(동대문디지털프라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패션브랜드 MCM이 지난 4월 25일 오픈한 대형 플래그숍 ‘MCM SPACE(엠씨엠 스페이스)’ 얘기다. 지난해 12월 강남 가로수길에 오픈한 ‘마지트(M:AZITㆍMCM의 M과 아지트의 합성어)’에 이은 두번째 대형 플래그숍이다. 이 플래그숍은 기존 MCM 매장과 콘셉트가 완전히 다르다. 1층 천장에는 움직이는 레일을 통해 제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우주선도 있다. 제품 디스플레이도 차별화를 꾀했다.
 
▲노란색 부케를 떠올리게 하는 마몽드 플래그숍 명동점.[사진=마몽드 제공]
고가 브랜드 매장보다는 ‘편집숍’을 연상시킬 만큼 디스플레이가 자유분방하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리미티드(한정) 제품도 있다. 2층으로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게 있다. 사람 키와 맞먹는 캐리어(여행가방)다. 한쪽에는 VIP룸이 있는데 MCM헤리티지 가죽을 씌워 만든 소파가 있다. 3층 매장은 국내 유명 DJ음악을 틀어놔 클럽을 연상케 한다. 한쪽에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고 4층에는 옥상 정원이 있다. 
 
서브 컬처, 인디 아티스트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MCM스페이스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노란색 부케’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 하나 있다. ‘꽃으로 발명하라’는 마몽드의 브랜드 콘셉트처럼 건물 전체가 말 그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다. 건물 상단에는 아모레퍼시픽 연구동(미지움)의 연구정신을 의미하는 ‘눈’ 모양의 아이콘이 붙어 있다.

매장 안에는 ‘꽃’을 주제로 다양한 상품이 눈길을 끈다. ‘석류꽃’ ‘동백’ ‘장미’ ‘수선화’를 성분으로 만든 다양한 라인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2층에 있는 화장실 역시 꽃밭이다. 화장실에도 BI를 적용한 거다.  2층에는 마몽드 제품을 무료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파우더룸를 따로 마련해 뒀다. 마몽드 플래그숍 지나 을지로 입구 방면으로 3분 정도 걷다 보면 CJ올리브영의 글로벌 플래그숍 ‘올리브영 라이프스타일 체험센터(Lifestyle Experience Center)’가 보인다.

1190㎡(약 360평) 규모의 대형 매장에는 펀(Fun)한 요소가 넘쳐난다. 이름처럼 곳곳에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1층에 들어서면 온스타일 뷰티프로그램 ‘겟잇뷰티’ 체험존과 각국 향수를 원액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퍼퓸존’이 있다.  2층부턴 더 신선하다. 한쪽에는 선반과 거울이 마련돼 있는데 헤어드라이기ㆍ고데기 등의 헤어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세안제나 보디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매장 가운데에 세면대를 설치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최근 애플에 인수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비츠의 헤드폰 체험공간이 있다.

“요우커를 자극하라”

이 브랜드의 헤드폰 가격은 30만~60만원대. 자유롭게 음향을 체크해볼 수 있다. 남성전용 체험관 ‘엑스티엠맨즈컬렉션’도 있는데 각종 남성 전용 제품이 진열돼 있다. 국내 최초의 남성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의 ‘와이케이스콜렉션’도 있다. 정윤기씨가 제안하는 도서, 카메라ㆍ액세서리ㆍ의류 등이 진열돼 있다.  명동지역의 플래그숍이 ‘팔색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대형 매장의 건물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내부는 더 알차다. 제품만 전시해놓은 게 아니다. 
 
 
휴식공간이 있고 VIP룸, 파우더룸도 있다. 다양한 체험공간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다고 판매를 뒷방으로 밀어넣은 것도 아니다. 한정판 제품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가장 먼저 들여놓는 매장이 수두룩하다.
업체 입장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명동 지역에 대형 플래그숍을 오픈하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명동지역의 ‘랜드마크’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웬만한 광고보다 효과가 좋다. 명동 지역의 일일 유동인구가 100만명에 달해서다.

중국ㆍ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1순위로 찾는 상권인 것도 이유다. 특히 명동 상권은 소비력이 큰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가장 많이 찾는 상권이다. 브랜드 홍보효과는 물론 높은 수익성까지 노릴 수 있다. 명동에 둥지를 튼 대형 플래그숍이 요우커를 자극할 만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CM의 운영사 성주그룹은 ‘MCM SPACE’에 홍콩에 이어 국내 매장에는 최초로 특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스포크(맞춤제작)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MCM 헤리티지 라인으로 캐리어ㆍ보석함ㆍ햇박스(모자를 담는 상자) 등 4~5종의 제품을 맞춤 주문할 수 있다. 매장에 비치된 책자를 보고 원하는 가죽 색상과 액세서리 등을 선택해 주문하면 제작에 들어가는 식이다. 일례로 2층에 전시돼 있는 헤리티지 라인의 대형 캐리어는 주문 제작이 가능한데 가격은 3800만원이다. 씀씀이가 큰 ‘VIP급 요우커’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MCM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 1)올리브영 라이프스타일 체험센터 내 헤어앤바디 케어 코너2)성주그룹은 올 4월 국내 최대상권 명동에 초대형 플래그숍 MCM SPACE를 오픈했다.3)올리브영 라이프스타일 체험센터 내 비츠의 체험공간.4)마몽드 플래그숍 명동점 화장실은 꽃으로 가득하다
“명동 지역은 상권 특성상 요우커의 유입이 많은 곳이다. 비스포크 서비스는 요우커만을 공략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매출 효과는 기대하고 있다.”  마몽드의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도 특별한 장치가 하나 있다. 이곳에서 팔리는 마몽드 제품 패키지 하단에는 ‘명동(Myeong Do ng)’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현지에서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장치다. 마몽드는 중국에 매장을 두고 있다. 

올리브영은 아예 해외진출의 포석 차원에서 ‘올리브영 라이프스타일 체험 센터’를 열었다. 허민호 CJ올리브영 대표는 2012년 말 정식 개장에 앞서 진행된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체험센터는 해외에 진출하기에 앞서 시범매장 형태로 개장하는 것이다. 케이푸드(K-food)ㆍ케이뷰티(K- beauty)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한류 복합매장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여름 중국 상하이上海에 해외 첫 매장 상하이 셴샤루점을 열었다.

올리브영 라이프스타일 체험 센터의 매출 비중의 절반가량은 외국인 고객에서 나온다. 이 중 요우커 비중은 특히 높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고객 매출 비중이 점점 늘어나 이들을 위한 세금환급 창구를 개설했다”며 “외국인 매출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특히 높다”고 밝혔다. 명동의 가장 비싼 땅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월드점 2층이 외국인 전용 쇼핑공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명동 월드점의 매출 80~90%는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라며 “그중 상당수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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