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보이드 프라이스라인 회장

애플, 야후, 코카콜라…. 미국을 대표하는 억만장자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뻔한 기업들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 외에 포트폴리오 한편을 꼭 차지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온라인 여행예약전문업체 ‘프라이스라인 그룹’이다.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라는 조지 소로스도 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왜 일까. 제프 보이드 프라이스라인 회장의 경영 DNA를 해부해봤다.

▲ 제프 보이드 회장은 M&A로 전세계 온라인 여행예약시장을 장악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 기업, 자타공인 ‘20세기 최고의 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의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다. 월가를 대표하는 억만장자 스티브 만델과 조지 리먼도 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 여행예약업체 프라이스라인 그룹(프라이스라인)이다. 내로라하는 억만장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추적하면 애플ㆍ야후ㆍ코카콜라와 함께 어김없이 이 기업의 주식이 등장한다.

올 6월 13일, 프라이스라인이 대형 사고를 하나 쳤다. 온라인 레스토랑 예약업체 오픈테이블을 26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연 매출은 2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기업을 인수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프라이스라인은 오픈테이블의 주당 가격을 103달러에 제공하기로 했다. 오픈테이블 6월 19일(현지 시간) 종가(70.43달러)에 46% 프리미엄을 인정한 가격이다. 발표 이후 두 업체의 희비가 갈렸다. 나스닥 개장 직후 오픈테이블 주가는 48.35% 급등한 104.48달러로 마감했다.

반면 프라이스라인 주가는 3% 하락한 1189.30달러에 장을 마쳤다. 한편에선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가가 떨어진 거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프라이스라인의 오픈테이블 인수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식의 반응도 나왔다. “차원이 다른 딜이다.” “이 둘은 완벽한 궁합이다.”

근거가 뭘까. 일단 예약 아이템이 다르고 주력 시장도 다르다. 오픈테이블은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고객에게 수수료로 받아 수익을 낸다. 올 1분기 오픈테이블의 기업고객은 3만1583곳이었다. 기업고객 90%는 북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라이스라인은 반대다. 영업이익 94%가 미국이 아닌 해외 예약을 통해 나온다. 주력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보완의 여지가 충분하다. 각자의 플랫폼을 통해 예약사이트나 상품을 홍보하거나 성격이 다른 예약상품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할 수도 있다.
 
프라이스라인은 현재 호텔ㆍ항공ㆍ렌터카 온라인 예약서비스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까지 제공하면 프라이스라인의 포트폴리오는 완벽에 가까워진다.  온라인 예약시장은 생각보다 치열하다. 각 예약업체들이 새로운 ‘짝짓기’를 통해 세력을 넓히고 있어서다. 지난 5월 프라이스라인의 경쟁업체인 트립어드바이저는 프랑스 레스토랑 예약업체 라포쉐를 인수했다.

 
2012년 프라이스라인이 여행예약검색 업체인 카약을 18억 달러에 인수하자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경쟁업체 익스피디아가 독일 호텔 요금 비교사이트 트리바고를 인수한 일도 있었다. 최근엔 새로운 경쟁자도 등장했다. 구글은 2011년 ITA소프트웨어를 인수하고 온라인 호텔가격 비교ㆍ예약업체 호텔파인더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억만장자도 홀린 M&A 전략

온라인 예약시장의 1위는 프라이스라인(시가총액 기준•630억 달러)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부풀린 게 1위 등극의 원동력이다.  1997년으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프라이스라인은 항공권 판매업체로 시작했다. ‘당신의 가격을 제시하라(Name Your Own Price)’는 슬로건으로 기존에는 없던 역경매 방식을 도입, 등장부터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역경매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공급자가 가격경쟁을 통해 입찰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관심은 주가를 끌어올렸다. 1999년 프라이스라인 주가는 974달러까지 올랐다. 9ㆍ11 사태 이후인 2002년 7달러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이들에겐 제프 보이드 프라이스라인 회장이라는 버팀목이 있었다. 2000년 프라이스라인에 합류해 2002년 CEO에 오른 보이드 회장은 프라이스라인의 회생전략으로 M&A 카드를 꺼냈다. 2003년 그는 주요 호텔 체인이 설립한 조인트 벤처 트래블웹을 인수했다. 그 결과, 예약 가능한 호텔수가 1만개로 늘어났다.

이때를 기점으로 프라이스라인은 금세 흑자로 돌아섰고, 주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보이드 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린 그는 해외 온라인 호텔 예약업체를 하나둘 인수하기 시작했다. 2004년 유럽지역 호텔예약업체 액티브 호텔스를 9000만 유로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영토를 넓혀갔다. 2005년에는 온라인 호텔 예약 업체 부킹닷컴을 1억3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부킹닷컴은 지난해 프라이스라인 전체 매출 60% 이상을 벌어들였을 정도로 지금은 프라이스라인의 핵심 브랜드가 됐다. 2007년엔 태국 온라인 호텔 예약업체 아고다를 품에 안았다. 지금 아고다는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라인 호텔 예약업체 중 하나다. 호텔 예약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그였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2010년에는 렌털 예약업체인 렌털카스닷컴(당시 트레블직소)을 인수했다. 전 세계 6000여 곳에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동차를 빌려주는 온라인 렌털카 예약업체다.

▲ 펀드계의 살아 있는 전설 조지 소로스도 프라이스라인 주식을 사들였다.[사진=뉴시스]
이를 통해 프라이스라인은 글로벌 예약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2012년 4분기부터 2013년 4분기까지 해외예약 부문에서 40% 이상 성장했다. 현재 프라이스라인 브랜드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는 고객수는 일평균 10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프라이스라인의 연 매출은 68억 달러, 세전 수익은 24억 달러였다. 직원수는 9000여명이다. 프라이스라인의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온라인 숙박 예약시장은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가 11조원을 넘긴 것만 봐도 그렇다. 잠재고객도 많다. 독일과 중국이 대표적이다. 포커스라이트에 따르면 독일에선 대부분 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을 진행한다. 중국시장에서는 잭팟을 터뜨릴 수도 있다. 2012년 중국에서 전체 여행 관련 예약 중 온라인 예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포커스라이트는 2015년까지 중국인들의 온라인 여행 예약 비중은 24%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이드 회장은 지난해 CEO 자리를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회장직을 맡고 있다. 오픈테이블 인수에는 그가직접 개입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오픈테이블 인수는 그의 완벽한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하나의 장치라는 걸 말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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