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노력하지 않고 수확만을 거두려는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가 많다. 반대로 진짜가 가짜로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진짜는 진실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 아차 하는 순간 의심은 끝이 없어진다.

▲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가짜 변호사는 근절돼야 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오래 전, 친한 친구 한명이 민사소송의 준비서면을 보내온 적이 있다. 절친한 부장판사가 휴직 중인데, 자신의 민사소송을 봐주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부장판사가 썼다고는 보기 어려운 서면이었다. 이런 의견을 친구에게 전하자 친구는 법원에 전화를 해서 그런 부장판사가 있는지를 확인해 봤다. 결과는 뻔했다. 그런 사람은 없었다. 친구는 가짜 부장판사를 진짜로 알고 만나왔던 것이다. 다행히 특별한 피해는 없었지만 심적으로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세상에는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가 많다. 진짜 행세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리라.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든다. 농부가 봄과 여름에 열심히 일을 해야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둬들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직한 땀을 흘려야 값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땀은 흘리지 않고 수확만을 거두려는 사람들이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올해 6월께 가짜 사법시험 합격증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수임료를 챙긴 A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법률사무소를 차려 놓고 법무부 장관 명의의 사법시험 합격증과 지방변호사협회 회원증을 사무실에 내걸고 영업을 했다. 3개월간 14명의 의뢰인에게 수임료로 5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법학과도 나오지 않았고, 고시공부를 한 경험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지법은 최근 변호사가 아니면서 행정소송 업무를 대리하며 금품을 받아 챙겨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무사 사무실 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B씨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종 행정소송 업무를 대행하며 건당 25만원을 받고 소장을 작성한 뒤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 B씨가 이 기간 가짜 변호사로 활동하며 대리한 소송사건만 무려 188건이다. 수임료만 총 2억6700여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농협은행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당했다. 최근 경기도 구리의 한 영업점에서 변호사를 사칭한 C씨에게 2억7500만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는데, C씨의 서류가 가짜라는 사실이 자체 전산 감시시스템에서 확인되면서 대출승인절차를 중단했다.

 
가짜 판사는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가짜 변호사는 사정이 다르다. 변호사는 직접 의뢰인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가짜 변호사를 진짜로 믿은 개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진짜가 가짜로 의심받는다면 어찌해야 할까. 지난해에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법정에 함께 출석한 적이 있다. 상대방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의뢰인이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상대방 변호사는 쌍둥이 같아요.”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없어 설명을 구했다. 그러자 의뢰인은 상대방 변호사가 진짜 변호사 같지 않은데 아마도 변호사의 쌍둥이 형제 같다는 것이다.

상대방 변호사가 변론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분은 분명 자격이 있는 변호사였기 때문에 같은 변호사로서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아차 하는 순간 가짜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도 많지만, 가짜 같은 진짜도 있다. 가짜는 진짜 행세 하지 말고, 진짜는 진실로 진짜가 돼야 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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