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ㆍDTI 완화 손익계산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의 발언으로 LTV와 DTI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 LTVㆍ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가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내정자는 “현재 부동산 규제는 시장이 좋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공직에 있었던 시절을 부동산시장의 한여름이었다”며 “지금은 한겨울인데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격이니 감기 걸려 죽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규제 완화 의지에 힘을 실어줬다. 최 원장은 17일 인천 서구 한국산업단지공단 주안지사에서 열린 수출 중소기업과의 간담회에서 “관련 부처와 함께 LTVㆍDTI 규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며 “LTVㆍDTI 규제는 누구도 풀지 못하는 고르디오스의 매듭으로 알렉산더 대왕이 검으로 매듭을 잘랐듯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LTVㆍDTI 규제는 가계부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해왔다”며 “하지만 지역ㆍ권역별로 세부적용 내용이 복잡하고 부동산 침체기에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김대중 정권 당시 도입된 LTV와 노무현 정권 당시 도입된 DTI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LTVㆍDTI 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장기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LTVㆍDTI 규제를 완화해 거래량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부동산 규제완화는 정책효과와 주택경기 사이클을 따져야 한다”며 “주택경기 사이클로 봐서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국면이라 LTVㆍDTI 완화는 일단 시의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진정돼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개선됐는지 여부와 취약한 대출구조가 시장에 충격에 주지 않는 구조로 변화됐는지 우선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LTV와 DTI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성식 전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을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최 후보자가 부동산 살리겠다면서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승객 더 싣겠다고 증축하고 화물을 초과로 적재하며 평형수를 뺀 세월호와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DTI 규제를 풀면 상환능력을 초과해 대출이 이뤄져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며 “우리 경제를 더욱 부채의 늪에 빠뜨려 궁극적으로 소비능력을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꼬집었다.

DTI의 경우 수도권에서만 적용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마저도 신규 분양 집단 대출은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구멍이 숭숭 뚫린 DTI 규제를 또 완화하는 것은 대놓고 솜사탕으로 국민 속이는 것”이라며 “힘들어도 경제체질 개선, 공정 거래 생태계 확립, 사회적 안전망 강화, 조세와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기술혁신과 안적 능력 강화 등 정공법으로 가야 하며, 부채 늘리는 방식의 부동산 경기에 목매는 것은 구시대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거세지는 LTVㆍDTI 완화 논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도 최 내정자의 부동산정책 철학을 비판했다. 우 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최 내정자가 요즘 일성으로 LTV와 DTI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경제전문가라고 하는 최 내정자가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과연 부총리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우선해야 할 정책은 가계소득증가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경제부총리가 해야 할 일은 가계소득 증가대책을 내놓는 일과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LTV와 DTI 규제 완화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가계부채가 1000조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금융규제인 LTV와 DTI를 완화할 경우 금융부실과 경제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LTV 규제를 완화하면 ‘깡통주택’을 소유하게 되는 대출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가계의 이자부담이 2010년 93만원에서 2012년 114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가계의 이자부담을 줄이기보다 이자부담을 늘려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4월말 시중은행 주택담보부채의 연체율은 0.57%로 2009년말 0.33%보다 높아졌다“며 ”LTV 규제 완화는 금융기관 건전성을 악화시켜 가계부실과 금융부실은 물론 경제전반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LTV와 DTI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가계부채가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LTV와 DTI 상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체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가계 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면적인 LTV 규제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난 5월 19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LTV는 49.4% 수준이지만 주택 소유주의 부채인 후순위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평균 LTV는 58.7%까지 상승했다. 자가 거주 주택을 제외한 전세주택만을 고려할 경우 후순위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평균 LTV는 75.7%까지 높아졌다. 이는 ‘프랑스(80%)’ ‘미국(75%)’ ‘독일(74%)’ ‘홍콩(64%)’ ‘영국(61%)’ 등의 LTV에 비해 크게 낮지 않은 수준이다.

‘깡통주택’ 늘어날 확률 높아

또한 LTV 규제가 완화되면 주택 가격 상승효과보다 가계대출 증가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견했다. 모의실험 분석 결과 LTV가 50%에서 60%로 확대될 경우 주택 가격은 0.7%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대출은 2%포인트(2013년 기준 약 29조원)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GDP 대비 가계대출 증가폭은 LTV가 60%에서 70%로 상승하면 2.5%포인트, LTV가 70%에서 80%로 상승하면 3.1%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모의실험은 주택공급 총량이 고정돼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며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이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 경제에서는 주택가격 상승폭이 더 축소되고 가계대출 증가폭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LTV 규제 수준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후순위 전세보증금을 고려할 경우 평균 LTV가 아주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LTV 상한 규제의 완화는 가계대출을 늘리면서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거시경제의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 문제가 안정화되고 주택담보대출구조의 질이 개선된 이후에 점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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