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점을 바꿔라 ③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주택기금이 출자를 한다.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는 가장 안전한 선순위 융자를 한다. 전체 사업비의 30% 정도다. 기관투자자의 LTV가 30% 미만이라는 건데, 이보다 좋기 힘든 ‘안전채권’이다. 투자금 회수가 어려우면 LH공사가 ‘확약’까지 해준다.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며 내세운 ‘임대주택 리츠(REITs)’는 누구를 위한 건가.

▲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중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두고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 2월 26일 정부는 기획재정부ㆍ법무부ㆍ안정행정부ㆍ국토교통부ㆍ금융위원회 공동으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임대시장의 공급ㆍ수요ㆍ인프라 등 세분야에 관한 여러 방안이 언급됐다. 하지만 그 방안이 ‘선진화’인지는 논란을 제기할 만하다. 특히 임대주택 리츠(REITsㆍreal est ate investment trusts)가 가장 큰 논란거리다. 정부에서 설계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민간이윤을 보장하는 형태라서다. 임대주택 리츠는 공공임대 리츠와 민간제안 임대주택 리츠로 구분된다. 공공임대 리츠는 지금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단독으로 시행했던 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을 공공임대 리츠를 구성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출자, 후순위융자, 선순위융자, 임대보증금으로 조성한다는 얘기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투자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는 출자는 주택기금과 LH가 담당한다. 청산할 때 후순위를 배정받는 융자는 주택기금이 맡는다. 금융기관 등의 기관투자자는 가장 안전한 선순위 융자를 한다. 선순위 융자의 경우 전체 사업비의 30% 정도다. 쉽게 말해 기관투자자의 LTV가 30% 미만이라는 얘기다. 이는 천재지변에 의해 건설된 주택 전체가 유실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손실을 보는 것이 불가능한 안전채권이다.
공공임대 리츠의 수익은 1차적으로 LH공사가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는 택지를 통해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15%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고, 경우에 따라 추가할인도 고려하고 있다. 2차적인 수익은 공공임대주택의 세입자가 지불하는 임대료를 통해 발생한다. 하지만 주변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종 수익은 의무임대기간 종료 이후 주택분양을 통해 발생하는 분양대금이다. 사업이 설계 대로 진행될 경우 기관투자자의 수익은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시민들이 부담하는 셈이다.

정부가 확약한 ‘안전채권’

문제는 지금처럼 주택시장이 침체돼 분양이 원활하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의 투자안전을 위해 도입된 장치가 미분양주택을 LH공사에서 평가액에 매입하겠다고 하는 ‘확약’이다. 이 경우 기관투자자의 이윤을 LH공사가 서민주택을 위한 공적자금으로 보장하는 꼴이다. 공공임대 리츠는 고려할 가치가 없는 대책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수익이 확실하다면 LH공사가 단독으로 시행해 그 이익을 서민주택 공급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손실이 발생하면 기관투자자의 이윤을 보장해야하는 LH공사의 부담이 커진다. 공공에서 모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면서 민간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이유가 없다.

기관투자자의 투자안전을 목표로 설계된 공공임대 리츠와 달리 민간제안 임대주택 리츠는 사업제안자인 건설회사와 개발업자 등의 안전한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우선 주택기금과 기관투자자가 양해각서(MOU) 수준의 투자협약을 체결한다. 협약이 체결되면 임대주택 리츠 방식으로 주택을 개발하기 위해 제안된 사업을 심사해 선정한다. 그 후 메자닌 펀드(주식관련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자본) 성격의 모母리츠를 주택기금의 출자로 설립한다. 실제로 사업을 시행할 자子리츠는 사업비의 70% 정도를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관투자자 등의 1순위 융자와 2순위 출자를 통해 마련한다. 나머지 30%의 사업비는 모리츠의 3순위 출자와 사업제안자의 4순위 출자로 구성한다.

민간제안 임대주택 리츠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살펴보면, 자리츠가 사업제안자가 건설한 주택을 시세의 70~85% 수준으로 선매입해준다. 이를 통해 사업제안자의 1차 수익이 달성된다. 사업제안자 입장에서는 70% 이상의 분양에 성공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주택사업의 속성상 건설한 주택의 분양률이 50% 이상만 달성해도 손실을 보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의 통설임을 가정할 때 사업제안자는 이미 사업을 제한하는 시점에서 이윤이 창출된다고 할 수 있다.
자리츠의 2차적 수익은 주택수요자인 시민이 부담하는 임대료를 통해 발생한다. 하지만 임대료만으로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수익은 주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주택구매자에게 판매한 금액 가운데 70~85%의 선매입대금을 제한 나머지 금액의 시세차익은 모두 기관투자자 등에게 돌아간다.

민간의 파생기법을 그대로 빼닮은 민간제안 임대주택 리츠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높은 시세가 유지돼야 한다. 서민이 부담하는 임대료와 매매대금이 투자금을 웃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서민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자금인 주택기금이 높은 주택가격의 유지를 위해서 쓰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민간제안 임대주택 리츠 정책의 타당성을 찾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은 부동산 시장상황이 이어진다면 얼마 후에는 주택매매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리츠의 성공 요인 ‘비싼 집값’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투자의 경우에는 이윤을 올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적자금인 주택기금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주택기금의 주된 목적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서민의 주거환경 안정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이 실패할 경우 공적자금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임대주택 리츠가 금융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안전이 확보되고 건설자본의 이윤이 보장되니 시장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리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민이 비싼 집값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공적자금의 추가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서민을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정책 시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세진 새사연 이사 wisecity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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