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비지원사업의 현주소

▲ 정부가 사회복지시설과 어린이집에 무료로 설치한 태양광 설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태양광 설비지원사업’이 추진됐다. 현재 2000개에 달하는 사회복지시설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됐다. 국민 혈세도 투입됐다. 그로부터 5년. 이 태양광 설비는 득만큼 실도 많다. 무엇보다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 설비지원사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역보급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녹색성장정책의 일환이었다. 일부 사회복지시설과 어린이집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 확대’라는 명목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무료로 설치해줬다. 이 사업은 여전히 추진 중인데, 현재까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사회복지시설은 2000개가 넘는다. 서울시는 총 54개소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줬다. 이 설비들, 잘 굴러가고 있을까.

일단 가동에는 별 문제가 없다. 전기요금 절감이라는 득도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투입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일례로 2008년 서울시가 사회복지시설ㆍ어린이집(이하 사회복지시설) 27곳에 지원한 태양광 발전용량은 5㎾~30㎾ 수준이다. 용량 30㎾를 기준으로 매월 10만~20만원의 전기요금이 절감된다. 당시 설치비용이 1㎾당 900만원 선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100년은 족히 걸린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손익분기점이 긴 것은 맞지만 태양광 설비지원사업의 효과를 경제적 효과만을 놓고 따질 순 없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태양광 설비지원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니라서다. 그렇다고 경제효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이 사업에 정부와 각 자치시ㆍ구의 비용, 다시 말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태양광설비 무료설치에 들어간 금액은 77억원이다. 태양광 설비지원사업의 효과를 따져보고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 서울시는 지난해 말부터 ‘태양광발전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사회복지시설의 누적 태양광발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거다.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선 태양광 설비가 매월 혹은 매년 얼마만큼의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내는지 알 수 없다. 효과분석을 단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통계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복지시설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용량이 비교적 적고 전기를 자체 소비하기 때문에 효율평가를 따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태양광 손익분기점이 100년?

한 시민햇빛발전소 관계자는 “타산성이 전혀 없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들여놓고 효과분석도 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막대한 세금을 들여 구색만 맞춰 놓고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시설의 태양광설비 담당자는 “발전량만 가지고는 우리 시설이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며 “각 시설 담당자들이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유지관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사회복지시설 태양광 설비담당자 가운데 관리교육을 받은 이는 거의 없다. “태양광설비를 따로 관리해야 하는가”라며 관리 여부를 취재진에게 묻는 담당자도 있었다. 일부 사회복지시설엔 담당자가 아예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 시설의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설치 준공할 때 유지ㆍ관리 부분을 얘기했지만 담당자별로 관리교육을 실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보증기간이 남은 태양광 시설물은 에너지관리공단이 선정한 시공업체가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관리로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수명만큼 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규섭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태양광설비는 아기와 같아서 꾸준히 관심을 쏟고 관리를 해줄수록 효율이 올라간다”며 “미세먼지가 많은 서울에서는 맑은 날 간단한 물청소만 해줘도 효율은 눈에 띄게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설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태양광설비 지원사업이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지관리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오래 쓸수록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관리 매뉴얼이 없으니 안전관리 교육도 전무하다. 일부 태양광설비 담당자는 “무슨 안전관리가 필요하냐”며 태양광 설비와 안전을 연결하는 것 자체를 의아해했다. 서울시가 안전관리 문제에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태양광 설비에 무슨 안전관리가 필요할까 싶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신종섭 에너지나눔과평화 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건물 옥상에 태양광설비를 설치할 때는 구조물이 바람에 잘 견딜 수 있는지 검토한다. 높은 곳에서 설비가 떨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발전 설비가 손상을 입으면 전기에 의한 2차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때문에 수시로 구조물의 상태를 점검해줘야 한다. 특히 장마철이 다가오는 만큼 태풍 대비도 해야 한다.” 안전관리 매뉴얼을 비롯해 담당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태양광 설비를 지원받은 사회복지시설은 손해볼 게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무료로 태양광설비를 지원해주고, 이를 통해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효과분석을 통한 유지ㆍ안전관리는 필요하다. 자칫 애먼 세금만 축내는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정부 당시 서울 소재 학교 옥상에 무료로 지어준 태양광설비가 대부분 쓸모없어진 건 대표적 사례다. 
 
세금 투입된 태양광 설비 ‘관리부실’

정부와 서울시교육청은 2008~2012년 총 2.37㎿의 태양광설비를 서울 소재 학교 115곳에 무료 지원했다. 학교의 에너지비용 절감과 태양광 교육이라는 취지에서였다. 설비 대부분이 1㎾당 800만~900만원을 오가던 시절에 설치됐으니 약 2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태양광 설비 중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학교 행정실에서 태양광설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전체 학교 중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곳은 17%에 불과했다.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태양광발전의 이해를 돕는 교육’이라는 목적성도 상실했다. 태양광 설비를 교육 목적으로 이용하는 곳이 1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박규섭 사무국장은 “학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서인지 태양광 설비를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며 “태양광 설비지원사업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설치시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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