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고어텍스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동력은 누구나 팀 리더가 될 수 있는 기업문화에서 나온다.[사진=뉴시스]
브랜드 혁신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스템과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직원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탄생하기 어렵다. 새장에 갇힌 새가 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고어텍스가 모든 직원에게 ‘CEO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랜드를 혁신하는 전략적인 방법은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브랜드 구성요소(제품·디자인 등) 혁신’ ‘브랜드 확장을 통한 혁신’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혁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혁신’ 등이다. 브랜드 구성요소의 혁신은 기존의 제품·디자인 등을 시대의 흐름이나 시장, 고객 니즈의 변화에 따라 새롭고 독특하게 점진적으로 바꾸는 거다.

1952년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KFC)의 로고 디자인은 지금과 전혀 다르다. 변하는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반영해 브랜드 구성요소를 지속적 바꾼 거다. 브랜드 확장은 차별적인 제품을 개발해 기존 브랜드에 붙임으로써 기존 브랜드의 자산을 강화하고,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브랜드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독특하고 차별적인 제품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최근 자동차 기업들이 대체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해 기존 브랜드 라인에 붙이는 게 대표적 사례다.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혁신은 자사 브랜드가 더 이상 혁신을 도모하지 못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사 브랜드의 결핍을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 외부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기존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혁신은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두고, 브랜드의 해석이나 관점을 새롭고 독특하게 바꾸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제품 라인업과 브랜드 확장에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코카콜라는 병과 로고 디자인을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맞게 점진적으로 바꿨다. 또 매년 코카콜라를 새롭고 독특하게 만들어 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고 실행했다. 특히 산타클로스 캠페인이나 남극곰 캠페인은 콜라를 겨울에도 마실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대표적인 사례다.

시스템 갖추고 브랜드 키워야

하지만 이런 전략적 접근은 시스템이 받쳐 줄 때 제대로 힘을 발휘한다. 시스템은 내부 시스템과 외부 시스템으로 나눠볼 수 있다. 내부 시스템 접근 방법은 기업 내부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장기적인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다. 다만 직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해야 한다. 직원의 자율성이 떨어지면 시장을 바꿀 만한 창의적 아이디어도 탄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어텍스는 최고경영자를 CEO라 부르지 않고 리더라고 부르며, 이 리더는 이사회가 아니라 직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그래서 누구나 팀의 리더가 될 수 있고, 심지어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리더를 바꿀 수도 있다. 또 한 직원이 특정 아이디어를 갖고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할 때도 그 직원이 프로젝트를 함께 할 직원을 독자적으로 모집할 수 있다.

기업이 연구개발(R&D)의 범위를 내부에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외부 인력과 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다. 초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내부 역량만으로는 브랜드 혁신에 한계가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 잡을 수 없다. 때문에 이제는 아웃소싱도 부차적인 역량만 공유하는 아웃소싱이 아니라 핵심 역량까지 공유하는 네트워크소싱으로 변해가고 있다. 경쟁자와 협업을 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소니와 평판 TV 분야에서 공동개발을 진행하면서도 모바일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론 적과의 동침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브랜드 혁신에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전략적 접근과 시스템적 접근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거다. 전략적 접근은 브랜드 자체의 혁신이고, 시스템적 접근은 브랜드 혁신을 위한 기반 조건을 확립하는 거다. 따라서 기반 조건을 만든 후에 브랜드 혁신을 꾀해야만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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