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보낸 편지 ❷

“전교조에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 2005년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다. 박 대통령이 전교조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이유는 뭘까. 왜 사학법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할까.

▲ 한국대학법인협의회와 민자당(새누리당 전신)은 사립학교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사진=뉴시스]
수십만년 동안 흘러온 물길을 인간의 이익을 위해 바꾼다면 자연의 보복을 당할 것이란 건 상식이다. 더욱이 ‘토건土建 마피아’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결과는 뻔하다. 4대강 사업이 토건마피아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4대강뿐이랴. 역사의 순리를 거스르면 반역이요, 쿠데타다. 그런데 순리를 거슬러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고 정당하다고 우기는 세력이 있어 세상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거꾸로 돌린다면 죄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꾸로 돌린 역사를 정당하다고 2세들에게 가르치려 한다면 이는 또 다른 범죄다. 대표적인 게 뉴라이트계 학자들이 만든 ‘교학사 역사교과서’다. 정부가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검인정을 내주자 학교들이 교과서 채택을 거부했다. 이번엔 정부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검인정이 아닌 국정교과서로 바꾸려 한다. 왜곡된 역사를 청소년들에게 가르쳐는 이유가 뭘까.

“한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다.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날치기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무현 정권과 전교조는 이를 수단으로 삼고 사학을 하나씩 접수할 것이다.” 2005년 12월 15일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이 ‘사학법 개정 무효’를 촉구하며 내뱉은 말이다. 박 대통령과 전교조의 악연은 길고 질기다. 헌법재판소 출범 이래 가장 많은 위헌심판이 청구된 법률 중 하나가 사학법이다. 무려 38차례나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놀라운 것은 사학법 개악에 앞장섰던 사람이 박 대통령이고, 이를 반대했던 단체가 전교조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사학의 천국이다. 중학교의 20%, 고등학교의 50%, 대학 4년제의 80%, 대학 2ㆍ3년제 90%가 사립학교다. 하지만 말이 사립학교일 뿐이지 중고등학교의 재단 부담금은 2%에 불과하다. 이런 사립학교를 개인의 소유물로 만들겠다는 것은 범죄행위와 다르지 않다. ‘사립학교의 정상화가 공교육의 정상화’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립대학교 이사장들이 모인 한국대학법인협의회가 로비를 벌인 후 국회에서 민자당(새누리당 전신)이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1990년의 개악된 이 법은 ▲대학 설립자 직계 존ㆍ비속의 총학장 임명 허용 ▲총장 권한이던 교수 및 직원 임면권의 이사회 이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999년 이뤄진 개악은 비리사학에 파견되는 임시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함에 따라 비리 관련자가 재단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박 대통령과 전교조의 관계는 사립학교와 끊을 수 없는 질긴 악연으로 점철돼 있다. 대한민국 사학은 ‘홍익인간육성’ ‘교육구국’ 등 숭고한 뜻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학이 개인의 사유물로 전락해버렸다.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된 사학을 바로잡자고 주장하면 시장경제의 원리를 내세우며 소유권을 강조한다. 사학재단의 경영권을 빼앗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영남대학교 재단이사장을 역임한 박 대통령이 전교조를 미워하는 이유가 짐작되지 않는가. 사립학교의 부패를 방지하고 민주화해야 한다는 전교조와 박 대통령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고,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세태가 잘못을 가리지 못하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큰소리치고 지도자가 된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사학을 개인소유로 만들겠다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억지다. 대한민국 교육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김용택 전 마산 합포고 교사 cham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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