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전 낙마인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여 임명도 되기 전에 사퇴한 고위공직 후보자는 총 8명으로 늘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청문회 절차가 까다롭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엉터리 낙점’이 빚어낸 비극일 뿐이다.

▲ 현 정부 들어 3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도 전에 자진사퇴했다. 왼쪽부터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사진=뉴시스]
김용준ㆍ안대희에 이어 문창극까지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만 박근혜 정부 들어 세번째다. 역대 정부 중 최다 기록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사전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인사’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은 정부 출범 전부터 문제가 됐다. 지난해 1월 29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터져 나온 후 내정 4일 만에 사퇴했다. 첫 인선이 벽에 부닥치자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국민이 고위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도덕성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며 “대통령의 눈높이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인사’를 겨냥한 비판이었다.

김용준 후보자 사퇴 이후 내정된 정홍원 국무총리는 검사 퇴직 후 대형 로펌 로고스의 변호사로 2년간 근무하며 수억원대의 급여를 받아 문제가 됐다. 전관예우를 받은 게 아니냐는 거였다. 위장전입 사실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불렀다. 현역 판정을 받았던 아들이 4년 후에 디스크로 군복무를 면제받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변호사 시절 고액 수임료 수취와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렸다. 또 자녀들에게 재산을 현금으로 나눠줘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그는 지명 6일 만에 사퇴했다. 최근 문창극 후보자까지 식민사관등 잘못된 역사인식 논란으로 사퇴했다. 결국 세월호 참사의 책임으로 사의를 표했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임됐다.

국무총리 후보자뿐만이 아니다. 구설에 시달리다 임명 전 사퇴한 장관급 후보자도 5명에 달한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과 외환거래법 위반 의혹, 잦은 외유성 출장 논란 등으로 지명 41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CIA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과거 이력과 이중국적 보유,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15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무기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이력과 부동산 투기, 재산신고 누락 등이 불거진 끝에 38일 만에 낙마했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로서 정치중립이 가능하겠냐는 우려와 역외탈세 의혹을 넘지 못했다. 내정 11일 만이었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사퇴는 후보자에게 최소한의 준비기간도 없이 통보하는 박근혜 정부 ‘깜짝 발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시 황 후보자는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4일간 고민하다 결국 회사를 택했다.

민정수석 후보자, 맥주병 폭행 이력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인 후보자들도 구설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자금 일부를 이인제 후보 측에 전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도 논란거리다.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후보자는 검사 시절 일간지 기자를 맥주병으로 폭행한 이력이 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연구업적 부풀리기ㆍ논문표절ㆍ허위 이력 기재ㆍ사교육업체 주식 보유 등 다양한 논란으로 인해 ‘양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사외이사 특혜ㆍ군복무 중 박사학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는 SNS에 야권 정치인을 비난하는 막말과 음주운전 관련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똑같은 인사실패를 거듭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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