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자동차 안전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규제는 해외보다 항상 늦다.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데 해외에서 먼저 시작하면 그제야 따라가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시스템 조차 ‘추격자’가 될 필요가 무어냐는 거다.

내년 후반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는 ‘주간 주행등(Daytime Running LightㆍDRL)’을 장착해야 한다. 자동차 주간 주행등은 낮에도 켜는 등으로 ‘내가 남을 볼 때’가 아닌 ‘남이 나의 위치를 확인할 때’ 필요한 안전장치다. 선진국에서 주간 주행등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적인 장치로 각광받았다. 북미 지역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에서 적극 사용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5년 전부터 장착이 의무화됐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다행이다.

사실 국내의 경우, 약 6년 전 ‘전조등 켜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고속버스는 상당수가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달린다. 낮에 전조등을 켜고 달리면 다른 차에 주의를 요하게 된다.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반면 일반 승용차의 경우, 아직도 어두운 길에서 아무것도 켜지 않고 주행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주간 주행등 장착이 의무화되는 등 자동차 안전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당시 전조등 켜기 운동은 논란을 빚었다.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전조등 켜기 운동을 밀어붙였다. 반면 환경부는 에너지 절약운동을 강조하며 반대했다. 전조등을 켜면 1~2%의 연료가 더 소모되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은 한국 입장에선 전조등 켜기 운동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엔 에너지를 절약하는 측면도 해결되고 있다. 전기에너지 소모가 적고 수명도 긴 고휘도 LED가 개발돼 차량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간 주행등은 전조등 주위에 별도로 몇개의 고휘도 LED만을 사용하면 되므로 편리하면서도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이제는 기술적으로 발전하면서 전조등은 물론 모든 차량용 등화장치에 고휘도 LED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격이 비싸 일부 고급 차량에만 사용되고 있다.

주간 주행등 이외에도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와 ‘에어백’도 차량 안전을 위한 중요한 장치다. 두 장치는 승용차의 경우엔 장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에어백의 경우, 운전석에만 장착이 의무화됐고, 보조석은 제외됐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타이어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도 중요한 안전장치다. 타이어는 운행 도중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발생하면 큰 사고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운전석에서 타이어 공기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3년 전 미국에서 모든 신차에 장착하도록 의무화됐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의무화가 이뤄졌다.

강화할수록 좋은 ‘안전 규제’

차량 사고영상을 기록하는 장치인 차량용 ‘블랙박스’도 중요하다. 블랙박스는 앞서 언급한 직접적인 안전장치는 아니다. 하지만 감시와 추후 교정 기능이 있어 안전운전을 유도한다. 더욱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객관적인 증거 자료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수도권 택시 대부분이 블랙박스를 장착하고 있다. 전체 승용차 기준으로 보면 약 20%의 차량이 블랙박스를 달고 운행한다.

약 7년 전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가 국회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사생활 노출 문제에 부딪히며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다시 블랙박스의 필요성(교통사고 증거자료)이 강조되면서 블랙박스 사용자가 늘고 있다. 블랙박스에 저장된 모든 정보가 암호화돼 보안이 유지되면서 머지않아 의무 안전장치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가 과거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바뀌면서 안전 역시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국내 안전장치 규제는 해외보다 항상 늦다.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데 왜 항상 해외에서 먼저 시작하면 따라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시스템 조차 ‘추격자’가 될 필요가 무어냐는 거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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