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인사 무엇이 문제인가

▲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일관성이 있지만 국민행복 증진에 부합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일관성. 박근혜 정부의 인사 스타일을 보며 떠올린 단어다. 일관성은 분명 미덕이다. 그런데 미덕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관성을 통해 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높고 커야 한다. 정치에서 일관성이 미덕이 되려면 스타일이 아니라 국민행복 증진에 부합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인사스타일 일관성은 과연 미덕일까.

두 국무총리 후보가 연이어 청문회도 가지 못하고 낙마한 것, 새 총리후보 물색을 포기한 채 사표를 낸 총리를 다시 유임시킨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총리 후보의 낙마는 종종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를 제외하면 매 정부마다 총리 후보 낙마 사태가 있었다. 김대중, 이명박 정부 때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김태호 총리후보가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등으로 중도하차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이번처럼 장상ㆍ장대환 두 총리 후보가 연속으로 낙마했다. 두 후보 모두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에 국회 인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대중, 이명박 두 정부는 총리 후보자들을 인사청문회라는 국회 검증대에 서게끔 했고, 결국 새 총리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이전 정부와 달리 인사 문제로 수차례 곤욕을 치르는 박근혜 정부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행복의 증진이라는 목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인물을 각계 각층의 비판에도 반복해서 내세우고 있어서다. 또한 그 목표에 부합하는 인물을 키우지도 발굴하지도 못하고 있다. 국민의 행복은 그 나라의 고유한 역사성, 정치사회적 현실, 그리고 역사와 현실의 융합이 만든 다수 국민의 정서에 기반한 정책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정치에선 인물의 선택만큼 중요한 정책이 없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국민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정치와 통치의 옳고 그름과 맞고 틀림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은 이를 잘 알고 있을까. 아닌 듯하다. 식민지배ㆍ분단ㆍ전쟁의 역사 속에서 민족자결과 평화통일의 가치를 중시해야 하는 대한민국,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사익추구 성향과 민생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무능한 정치로 다수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 보수든 진보든 배경도 힘도 없는 이들을 우선 감싸 안아주는 청렴하고 겸손한 지도자를 더 좋아하는 국민 정서…. 이 모든 것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잘 알고 있고, 헤아리고 있는데도 이렇다면 ‘참 나쁜 대통령과 정부’다.

 
높은 지위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하지 못하면 욕을 먹는 게 당연하다. 국민은 정치인을 욕하며 세상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고 해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정치인이 국민의 불만을 욕먹는 것만으로 풀어주려 해선 안 된다. 국민이 욕만 하기 위해 정치인에게 지위와 권한을 준 건 아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국민 행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일관성은 과감하게 내다버려야 한다.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폭넓게 만나고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그래야 총리 혹은 장관을 맡길 ‘좋은 사람’이 보인다. 이미 신뢰를 많이 잃은 터라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새로 신설한다는 인사수석과 유임된 정홍원 국무총리는 더 늦기 전에 대통령과 정부가 그리하게끔 잘 보좌하고 이끌어야 한다. 아직도 임기 초인 지금 그 반석을 놓지 못하면 달라지고 싶어도 달라질 수 없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정치학) 교수 gaze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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