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왕’ 강훈 KH 대표

‘커피왕’ 으로 불리는 사내가 있다. 강훈(45) KH 대표다. 그는 국내 최초 토종 커피 브랜드인 할리스 커피를 창업했고, 카페베네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최근엔 신개념 커피전문점 ‘망고식스’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망고’와 ‘커피’를 절묘하게 조합한 메뉴, 강훈의 비밀병기다. 망고식스 도산사거리 매장에서 그를 만났다.

 
2007년 여름, 홍콩 최대 번화가 ‘침사츄이’에서 낯선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발견했다. ‘허유산(許留山)’이라는 망고 디저트 전문점이었다. 그날의 기온은 36도. 갈증이나 풀어볼 요량으로 별 기대 없이 망고주스를 주문해 마셨다. “한국에서 파는 망고주스 캔과 다를 게 없을 거야”면서….
선입견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시원하고 달콤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천국의 맛 같다”며 즐거워했다. 순간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그래! 망고다. 생(生)망고주스 전문점을 한국에 내면 대박 날 것이다.” 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망고 전문점 창업이었다.

#지난해 가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복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로 갈증이나 달래볼까?” 커피전문점을 찾던 내 눈에 낯선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들어왔다. ‘망고식스’란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어! 내 아이템인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망고 전문점에 들어갔다. 당연히 망고주스를 시켜먹었다. 시원했다. 달콤했다. 홍콩 허유산의 망고주스보다 맛이 더 좋았다.
“누가 만들었을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망고식스의 창업자는 ‘강훈’이다. 강훈? 국내 최초 토종 커피 브랜드 할리스커피를 창업한 주인공? 카페베네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1등 공신? 그랬다. 그 강훈이었다.
그를 만나고 싶어졌다. 다짜고짜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차분하다. 다짜고짜 또 물었다. “한번 만나시죠?” 1초 만에 답이 돌아왔다. “그럽시다.”

홍콩 허유산에서 출발한 망고식스

올해 5월 24일 오후 2시. 강훈과 만나기로 한 망고식스 도산사거리 매장에 도착했다. 2시2분. 그가 나타났다. 그의 심벌과 같은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말이다. 자! 이제 따져 물어야겠다. ‘나와 똑같은 아이템을 어디서 구했는지’ 말이다.

망고주스 아이템, 내가 원조 같은데.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원조라는 근거가 뭔가?”

 2007년 홍콩 허유산에서 망고주스를 먹 은 후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홍콩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망고가 ‘되는 아이템’이라는 걸 말이다. 2004년 홍콩을 여행하다가 허유산에서 망고주스를 마셨다. ‘이거다’ 싶었다.”
쫖 돈이 있었다면 망고식스보다 빨리 망고 전문점을 낼 수 있었을 것 같다. 결국 창업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돈 싸움 아닌가.
 

 

“자금이 부족하다고 창업을 못하는 건 아니다. 물론 망고식스의 초기 자본금은 5억원이다. 하지만 할리스커피는 단돈 1500만원으로 창업했다. 창업은 돈이 아니라 도전의식으로 하는 거다.”

강훈 KH 대표는 할리스커피의 창업자다. 그가 처음부터 커피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 역시 평범한 사람들처럼 기업(199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히도 그가 처음 맡은 일이 글로벌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를 국내에 출범시키는 거였다. ‘직장인’ 강훈의 첫 도전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스타벅스 론칭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멈출 수 없었다. ‘커피전문점’이 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빨리 감지해서다. ‘스타벅스 플랜’ 연기 직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직금 1400만원을 탈탈 털어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 46㎡(약 14평) 규모의 커피전문점을 냈다. 가게 이름은 ‘할리스커피’라고 했다.
대기업을 다니던 그가 작은 커피전문점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비웃었다. 이런 비웃음이 탄성으로 바뀌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할리스커피는 창업 5년 만에 40여 개 매장을 가진 유력 커피브랜드로 성장했다. 기존 커피 판매 방식에 ‘테이크아웃(take out) 개념’을 도입한 게 성공 포인트였다.
 

 

창업할 때 중요한 건 의지라고 했는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할리스커피가 성공한 건 ‘새로운 판매방식(테이크아웃)’을 택했기 때문이다. 망고식스도 마찬가지 아닌가. 의지가 아니라 ‘망고’의 한계를 극복한 게 성공 포인트로 보인다.
“정확한 지적이다. 사실 망고는 한계가 많은 과일이다. 유통기한이 일주일에서 10일 밖에 되지 않는다. 보통 항공편으로 망고를 수입하면 2~3일이 소요된다. 적어도 일주일 안에 수입한 모든 망고를 소비해야 한다.”

어떻게 해결했나.
“사업 초기 망고를 버릴 각오를 했다. 유통기한이 지나 망고를 사용할 수 없어도 일정량을 꾸준히 수입했다.”

장기적인 수익을 위해 단기적인 손해는 감수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고상하게 말하면 ‘눈앞보다는 먼 미래를 보자’는 콘셉트였다.”
쫖 망고식스에서 사용하는 망고는 모두 필리핀산(産)인가.
“그렇다. 100% 필리핀 A급 망고다. 필리핀 망고는 검열이 까다로워 A급만 수입할 수 있다.”

원재료가 좋아서인지 2011년 3월 26일 창업한 망고식스는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픈 1년 만에 매장이 27개로 늘어났다. 커피전문점 가운데 가장 빠르게 매장을 늘리는 카페베네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카페베네의 오픈 1년 매장 수는 15개에 불과했다.

망고식스가 처음 출범했을 때 ‘강훈도 이번엔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기업인 신세계가 스타벅스를 출범할 때도 열에 아홉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나는 ‘된다’에 포커스를 둔다.”

A급 필리핀 망고만 사용해

‘나는 된다에 초점을 맞춘다.’ 멋진 말이다. 언뜻 들으면 강훈이라는 사람은 ‘성공’만 했을 것 같다. 아니다. 그는 뼈아픈 실패를 수없이 경험했다. 반면교사(反面敎師). 그를 키운 철학이었다.

할리스커피 창업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강훈이 커피업계를 떠난 건 2004년이었다.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게 실패로 돌아왔다. 할리스커피가 50호점을 넘었을 무렵, 그는 엔터테인먼트그룹 플레너스(현 CJ E&M)에
사업권을 넘겼다. 대기업 투자를 받아 할리스커피를 한단계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할리스커피는 ‘창업자 강훈’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재기를 위해 바이오•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08년 그는 커피업계에 조용히 복귀했다. 커피왕의 복귀 무대는 카페베네였다. 당시 카페베네는 대대적인 광고를 했음에도 매장이 두 곳에 불과했다. ‘추풍령감자탕’으로 사업을 일군 김선권 카페베네 회장은 커피전문가가, 강 대표로선 명예회복의 장(場)이 필요했다. 둘은 쉽게 의기투합했다. 강 대표는 기존 마케팅 방식을 버리고 연예인을 활용한 스타마케팅을 펼쳤고, 이게 카페베네의 ‘성공발판’이 됐다.

 

카페베네는 왜 떠났는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할 듯하다. 첫째는 강훈에게는 ‘창업가 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른 창업자와는 어울리지 못한다’는 거다. 김선권 회장과는 아름다운 이별을 했는가. 사실 둘 사이에 갈등설도 있었다.
“개인적인 갈등은 없었다. 목표가 달랐을 뿐이다. 나는 카페베네 매장 수가 500개를 넘으면 정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봤다. 500호점부터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로 김선권 회장은 국내에서 가맹점을 더 늘리길 원했다.”

말에 어폐가 있다. 카페베네가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을 때 망고식스 창업을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카페베네도 해외시장 개척을 꾀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물론 그랬다. 하지만 카페베네론 힘들 것으로 봤다. 해외시장에서 스타벅스•커피빈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뭔가 색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망고’를 떠올렸다. 사실 카페베네의 커피 맛이 특출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페베네 뉴욕 매장은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은가.
“승승장구라…. 글쎄, 과연 그럴까. 카페베네는 기본적으로 커피전문점이다. 그런데 뉴욕 매장에선 ‘미숫가루라떼’‘북카페’ 등으로 어필하고 있다. 커피가 아니라 ‘한국적인 것’으로 접근하고 있는 거다. 카페베네는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카페베네 뉴욕 매장은 하루 평균 1500~ 2000명의 뉴요커가 방문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성공적인 안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강훈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카페베네의 뉴욕 진출이 성공적이지 않은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진짜 좋은 커피는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 1순위는 커피 맛이다. 다음은 서브메뉴의 맛이다. 다시 말하지만 카페베네의 맛은 절대 특출나지 않다.”
 

 

▶ 망고식스도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가. 올 4월 LA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국내에서의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LA에는 미국 법인 설립 때문에 다녀왔다.”
쫖 조만간 홍콩 허유산처럼 국내 망고전문점도 해외시장에서 볼 수 있겠다.
“망고전문점? 아니다. 다들 오해하는 데 망고식스는 신개념 ‘커피전문점’이다.”

망고식스는 사실 커피전문점이다. 망고는 서브 아이템일 뿐이다. 망고식스의 핵심 메뉴는 고급커피다. 세계 3대 명품커피로 꼽히는 ‘하와이 코나커피’를 판다. 강 대표는 지난해 7월 하와이 코나커피 전체 수확량의 70%를 재배하는 그린웰팜스의 코나커피의 국내 독점 유통권을 획득했다.

다른 커피전문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망고’를 강조한 것인가.
“망고식스에서는 커피와 함께 망고주스, 망고아이스크림을 판다. 우리가 파는 서브 아이템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망고식스를 커피전문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망고를 앞세우려는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보인다.
“일단 다른 커피전문점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망고식스’라는 이름만으로도 경쟁력이 생겼다. 반대급부로 망고만 파는 주스전문점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그래서 들여온 게 코나커피다. 맛있는 커피를 판다면 커피전문점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커피와 망고라는 새로운 조합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까. LA에 법인을 설립한 것을 보니 미국을 첫 번째 관문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다. 망고식스의 최종 목표는 ‘동남아 지역’이다. 망고식스를 미국시장에 선보인 후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할리스, 카페베네, 망고식스의 ‘미래가치’를 고려했을 때, 현재와 미래 점수를 각각 매긴다면.
“현재는 ‘카페베네’‘할리스’‘망고식스’ 순이다. 향후 미래가치를 따져보면 망고식스가 1등이다(웃음). 2위는 할리스. 카페베네는 너무 많이 성장했다. 여기저기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성장하면 빨리 추락하기 마련이다. 갑자기 사랑하면 금방 식는 것처럼….”

카페베네도 급성장했지만 망고식스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그렇다면 망고식스도 카페베네가 겪는 후유증을 똑같이 앓을 수도 있다.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카페베네에는 강훈이 없고, 망고식스에는 강훈이 있다’고 말이다.
“국내에는 300호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가맹점을 오픈하지 않을 예정이다. 매장을 늘리는 데 주력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카페베네와 망고식스의 차이다. 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라….”

그랬다. ‘커피왕’은 변하지 않았다. 망고식스의 주력은 망고가 아니라 커피였다. 커피를 부각시키기 위해 ‘망고’를 앞세웠을 뿐이다. 커피왕의 역발상, 기발하고 발칙하다. 강훈 대표의 경쟁상대는 그래서 할리스도, 카페베네도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벅스•커피빈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커피왕’ 강훈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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