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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京都는 일본의 1000년 도시다. 세계에서 연간 47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역사문화자산 보존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조례로 건물 높이, 광고 등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다. 반면 경주, 부여는 역사 보존 의지가 약하다. 관광한국의 미래를 위해 지자체장도 역사기획전문가가 돼야 한다.

일본의 옛 수도 교토京都는 문화와 학문의 도시이자 관광도시, 기모노 및 도자기를 중심으로 한 전통산업의 도시다. 교토를 자세히 살펴보면 놀라게 되는데 바로 히든 챔피언 강소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대리급 사원이 노벨화학상을 수상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시마즈제작소, 옴론, 교세라, 닌텐도 등의 세계적 강소기업들이 이곳 교토에서 태어나 지금도 교토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교토는 나라와 함께 일본의 1000년 도시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가는 필수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교토는 서기 794년, 나라奈良에서 수도가 이전된 후 도쿄로 다시 옮겨가지 전까지 약 1100년 동안 천황이 머물었던 일본의 수도였다. 그만큼 역사가 있고 전통문화와 학문, 교육의 도시이다. 일본은 외적의 침입을 많이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역사적 유물들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교토에는 1600개의 절과 400개의 신사神寺가 있다. 그중 일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는 500년 전통의 ‘니시키’ 시장도 역사와 전통이 묻어나는 전통시장이다. 500년 동안 교토 주민들의 사랑으로 발전한 니시키 시장에는 전통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 5000년 역사의 유물이 개발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체계적 보존이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교토 혹은 나라 지방을 여행하다보면 우리네 옛 수도였던 경주나 공주, 부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교토는 옛날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같은 옛날 분위기는 개별 건축물의 보존만으로는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도시계획에 의해 형성된 도시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징 있는 가로 경관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해왔다는 의미다.

예를 살펴보자. 교토의 청수사(기요미즈테라)로 오르는 입구를 보면 양쪽 가로변에는 처마가 있는 1층 혹은 2층의 목조가옥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모든 건물의 외벽, 지붕, 창문 등은 일정한 비례와 모양을 보여준다. 1층은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로 이용되고 있고 2층은 대부분 주택이다. 그런데 도로의 폭이 너무 좁다. 좁은 나머지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칠 정도다. 그런데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기 때문에 절의 입구를 넓힐 만도 한데, 일본인들은 아직도 그대로 둔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같았으면 도로를 넓혀서 관광버스가 시원하게 양쪽으로 올라가고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 텐데 말이다.

교토시는 2007년 9월부터 건물의 옥상에 광고판 설치와 네온사인(점멸조명) 간판 등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신축하는 건물 높이도 31m(대략 10층) 이하로 규제하기로 조례를 정했다. 시내 일부가 아닌 모든 지역에서 이같은 경관조례를 적용하는 것은 일본 지자체 중 처음이다. 위반자에게는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한다. 이런 강력한 규제적 법규를 만든 이유는 절과 궁전 등 각종 문화유산이 즐비해 연간 47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1000년의 고도’ 교토가 마구잡이 개발로 고층건물 숲에 둘러싸이면 곤란하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1000년 고도古都인 경주, 공주, 부여는 어떤가. 교토시가 제정한 조례처럼 규제를 하는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부터라도 세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관광자원을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경주, 공주, 부여 지자체는 하루빨리 교토와 같은 문화도시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직무태만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경주, 공주, 부여 등 3개의 도시는 철저하게 옛것을 그대로 두고 천천히 개발을 해야 한다. 신라와 백제의 도읍이었던 옛날의 모습을 가능한 한 그대로 남기면서 창조전략을 녹여 내야 한다. 그러려면 이 3곳의 지자체장은 확고한 역사관을 지닌 인재,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역사기획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2020년 관광한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초석이 될 수 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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