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의 항공우주강국 만들기

2018년부터 도입돼 대한민국의 하늘을 책임질 차기전투기는 수개월 내에 계약이 마무리된다. 이후 공군은 F-35A 조종사 훈련과 기지 건설, 후속 정비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차례로 준비한다. 공군 조종사들은 ‘타보지 않고’ 계약한 F-35A를 2017년쯤 미국에 가서 ‘타보게’ 될 것이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공군의 차기전투기(FX)로 3개 경쟁기종(록히드마틴의 F-35A,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중 F-15SE를 선정했다가 F-35A를 대상기종으로 결정했다. 대상 기종 선정과정에서 일부 언론과 많은 사람이 ‘우리 전투조종사가 비행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F-35A를 차기전투기로 선택할 수 있냐’는 우려를 했다.

당시 필자는 공군 차기전투기 평가단 민간자문위원으로 특정 항공기의 편을 들고 있다는 오해를 살까봐 항공전문가로서 항공기 구매 과정에 대한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항공기는 오랜 기간의 개발과 시험 평가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타보지 않고’ 미리 계약을 해서 적기에 도입한다. 대한항공 등 민간 항공사가 도입하는 A380 같은 신형 여객기도 앞으로 인도받을 항공기기의 성능 충족을 전제로 ‘타보지 않고’ 계약한 것이다.

▲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F35A. [사진=록히드마틴 제공]
항공기는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한 운영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특히 운영목적ㆍ성능ㆍ항공기 원가 등 여러가지 요인을 참고한다. 따라서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경우에는 위의 모든 조건을 고려해야 하며 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결정한다. 항공기는 제작대수도 많지 않고 가격도 거액이기 때문에 철저한 주문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민간항공기의 경우 제작사가 기본적인 항공기 플랫폼을 제공하고, 여기에 항공사가 요구하는 성능과 인테리어를 주문받아 제작하고 있다.

같은 기종의 항공기지만 항공사 마다 좌석의 배열과 조명색이 다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항공기 제작은 다른 제품과는 달리 많은 부분이 사람의 손을 거친다. 이 때문에 구매 계약 후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B747-400에 들어가는 항공기의 배선길이는 약 274㎞고, A380은 530㎞라고 하니 조립공정과정이 얼마나 길지 예상이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 보니 항공사들은 최신 항공기를 미리 확보해 대외 경쟁력을 키우고자 한다. 일례로 일본의 전일본공수(ANA)는 보잉사의 7E7 프로젝트를 보고 가장 먼저 발주해 B787 ‘드림라이너’ 1호기를 인도 받았다. 싱가포르항공은 에어버스사의 A380을 개발착수단계에서 구매 계약해 ‘하늘의 호텔’이라 불리는 여객기를 최초로 운영하며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항공기 구매계약은 항공기 자체만 포함되는 게 아니다. 신규항공기를 운영하기 위한 인적ㆍ물적 지원까지 포함된 구매계약이 진행된다. 항공기는 자동차와 다르게 구입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자동차를 구매했다고 도로 주행연습을 시켜준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항공기는 운영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항공기가 제작되는 기간 동안 제작사는 자사인력을 파견하거나 인수자를 본사로 초청한다. 조종사와 정비인력 교육을 실시해 새로운 항공기가 인도된 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초음속항공기 T-50i도 항공기를 인도하기 전 인도네시아 조종사와 정비사가 국내에 들어와 미리 교육을 받았다. 조종사 6명은 제16전투비행단에서 이론교육과 시뮬레이터, 실습 등 비행교관 과정을 수료했고, 정비사 30명은 KAI와 한국공군에 정비기술을 전수 받았다. 2018년부터 도입돼 대한민국의 하늘을 책임질 차기전투기는 수개월 내에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다. 이후 공군은 F-35A 조종사 훈련과 기지 건설, 후속 정비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차례로 준비한다. 우리 공군 조종사들은 ‘타보지 않고’ 계약한 F-35A를 2017년쯤 미국에 가서 ‘타보게’ 될 것이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 jsch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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