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Money Trend

▲ 이케아는 식품사업을 병행하면서 고객층을 넓히고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사진=뉴시스]
스웨덴 가구ㆍ인테리어 유통업체 이케아(IKEA)가 중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구 소비량도 많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식품사업이 눈에 띈다.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며 베이비부머와 연금수령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인다. 그런 이케아가 국내에도 매장을 연다. 국내 가구업계의 대응이 필요할 때다.

중국은 세계시장의 각축전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강세를 보이는 업체가 있다. 스웨덴 가구ㆍ인테리어 유통업체 이케아(IKEA)다. 2015년까지 중국 내 매장수를 현재의 두배인 18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다른 외국계 가구ㆍ인테리어ㆍ건자재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건자재 유통회사인 홈데포는 지난해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성공했던 것처럼 값싼 제품과 대형매장으로 밀어붙였지만 중국인 소비자의 마음을 녹이진 못했다. 영국 최대 건자재 유통업체 B&Q도 중국시장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유럽에서 ‘도심 속 매장’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덴마크 가구업체 JYSK도 차별화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케아와 다른 외국계 가구업체간의 브랜드 전략 차이는 무엇일까. 먼저 상하이上海 쉬후이徐匯에 있는 3만3000㎡(약 1만평)에 달하는 이케아 매장을 보자. 중국 소비자가 관심 있게 보는 소파와 침대가 진열돼 있다. 유럽풍의 깔끔한 디자인의 가구부터 컵ㆍ접시ㆍ완구ㆍ카페트 등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고급스럽기보단 독특한 디자인 아이디어 제품도 진열돼 있다. 이런 방식으로 20~30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상하이 1호점에는 중장년층도 적지 않다.

매장 내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는 노인들도 많다. 특징은 이케아에서 지급한 패밀리카드를 제시하며 공짜 커피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독일 이케아 매장의 운영방식과 똑같다. 노인들이나 퇴직한 연금수령자를 이케아 매장으로 끌어 모으는 전략이다. 이처럼 이케아는 다른 가구업체와는 무언가 다른 전략을 쓰고 있다. 이를테면 ‘가구’를 넘어서는 콘셉트와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거다. 

아시아인에 최적화한 서비스

이케아는 2006년 그룹 산하에 이케아푸드서비스(IKEA Food Services)를 설립해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체 맥주도 생산하고 있다. 상당히 값싸지만 맛있는 음식을 카페테리아 형식으로 제공한다. 식품사업과 매장 내 레스토랑 운영 수익 등으로 2011년 식품사업 부문에서 13억 유로(약 1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케아가 본업인 가구사업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식품사업에 집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가 매장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이케아는 미국 매장에서는 철저한 ‘DIY(Do It Yourself)’ 전략을 썼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료이기는 하지만 시공과 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동양 소비자를 위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이케아는 베이징北京과 상하이 등 대도시 위주였던 지금까지의 점포 개설전략과는 달리 최근에는 우시無錫ㆍ닝보寧波, 우한武漢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거점도시 위주로 매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2015년께 15개까지 매장을 늘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개설된다. 올해 개점 예정인 우리나라 첫번째 직영점인 광명점의 규모는 세계 최대가 될 전망이 크다. 이케아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이후의 전략은 중국과 비슷하리라 예상된다.

문제는 국내 가구업계가 아직도 이케아를 가구업 회사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이케아는 은퇴한 베이비부머를 끌어들이기 위해 저렴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등 고객층의 다원화를 꾀하는 브랜드다. 아울러 매장에 오랫동안 머무르도록 사전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순한 가격 할인이 아닌 중국 소비자가 이케아로 몰리는 정확한 이유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때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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