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대한민국의 현주소

구글이 꿈꾸는 ‘안드로이드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안드로이드의 독점체제가 굳어지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구글의 위세가 가장 강한 곳은 모바일 강대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구글의 꿈을 이뤄주는 ‘전략적 1번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모바일 산업,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 2010년 출시된 갤럭시A는 삼성전자의 첫 안드로이드폰이다.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였다. [사진=뉴시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온라인 세상을 장악하고 있다. 통계가 입증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68.8%에서 지난해 78.9%로 10.1% 증가했다. 유일한 경쟁자인 애플의 iOS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9.4%에서 15.5%로 감소했다. 이로써 안드로이드와 iOS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욱 커졌다. 국내시장에서도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10대 중 9대가 안드로이드폰이다. 국내 제조사들이(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단말기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시장의 안드로이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거다. SA가 88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스마트폰 OS 사용 비중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자. 지난해 한국의 안드로이드 비중은 93.4%에 달했다. 미국이 56.0%, 일본이 59.0%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안드로이드가 국내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두가지가 꼽힌다. 첫째 안드로이드의 개방형 구조다. 휴대전화는 이동통신사(이통사)의 유통망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소비자는 이통사의 보조금에 의해 제품을 선택한다. 이통사로선 협상이 수월한 제조사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적극 권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이통사의 서비스를 선先탑재가 가능한지 제조사와 협상하는 것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서비스를 선탑재할 수 있지만, 애플의 iOS는 한개의 앱이라도 선탑재가 불가능하다.

안드로이드를 제외하면 iOS를 대항할 경쟁자가 없다는 점도 요인이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제조사들은 위기를 맞았다. 애플의 아이폰과 iOS를 뛰어넘을 만한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법을 모색하던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모였다. 대표적인 게 삼성전자다. 애플과 경쟁관계인 삼성전자는 취약한 소프트웨어를 만회하기 위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적극 활용했다. 구글의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세계에 안드로이드폰을 깔아준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안드로이드 편중 현상이 국내업체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앱)이 안드로이드에 최적화될수록 안드로이드 생태계 안에 갇히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형업체나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정 플랫폼에 맞춰진 서비스는 다양성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로 편중되면서 폐쇄된 환경에서 경쟁하느라 서비스의 생명이 짧아지는 것도 문제다. IT서비스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서비스가 전체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 문제가 도출되게 마련”이라며 “근본적으로 안드로이드에 치우치면 아무리 좋은 제3의 플랫폼이 나오더라도 사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을 접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이 선도하는 안드로이드 천하

안드로이드에서 수익률이 크지 않은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올 1월 오페라 미디어워크스가 발표한 모바일 앱의 수익 비중을 살펴보면 시장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안드로이드의 앱 수익 비중은 30.7%에 불과했다. 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각각 40.3%, 12.7%로 나타났다. iOS가 시장점유율은 떨어지지만 수익성은 안드로이드보다 높은 것이다. ‘돈을 벌려면 애플 앱스토어, 트래픽을 모으려면 구글플레이’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안드로이드의 독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에 대항할 만한 경쟁자가 없어서다. 윈폰ㆍ파이어폭스ㆍ타이젠 등이 제3의 플랫폼으로 거론되긴 하지만 주류 OS로 단기간에 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양강구도를 지켜왔던 애플의 아이폰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안드로이드 천하를 지탱하는 요소다. 아이폰이 불티나게 팔려야 iOS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는데 현재 아이폰의 판매량은 주춤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흥미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사업자를 중심으로 안드로이드를 벗어나는 ‘탈脫구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변종(Forked)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단말기의 등장이다. 변종 안드로이드는 구글맵ㆍ지메일ㆍ크롬브라우저 등 구글의 서비스를 제거한 순수 OS다. 눈여겨볼 것은 변종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ABI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변종 안드로이드의 판매량은 71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성장했다. 이는 전체 안드로이드폰의 32.1%, 전체 스마트폰의 25%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변종 안드로이드를 활용하는 사업자도 다양하다. 지금까지는 소규모 셋업박스 사업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아마존 등 대형사업자가 가세했다. 아마존은 변종 안드로이드에 자체 브라우저와 스토어를 결합해 킨들 시리즈를 출시했다.

아마존만이 아니다. 2011년 중국 포털업체 바이두는 PC제조업체 델과 함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제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말기의 OS는 안드로이드가 아닌 바이두가 자체 개발한 ‘바이두 이’를 사용한다. 바이두 이는 안드로이드 기반이지만 바이두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해 구글의 검색을 빼고 바이두의 검색엔진을 탑재했다.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두되 자사의 서비스로 최적화한 것이다. 아마존과 바이두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안드로이드와 유사하지만 독자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 구글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다. 2011년 구글이 작성한 ‘공짜로 배포하면서 어떻게 이득을 취할 것인가’라는 내부 문건이 공개됐는데, 내용은 이렇다. “제조사에 공개된 상태로 개발하지 말고, 기술개발이 완료된 후 소스코드를 이용할 수 있게 하라.”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구글의 주도권 아래에 두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개방적이고 중립성을 강조해온 구글의 철학과 상반된 모습이다. 글로벌 IT업체들이 안드로이드에서 벗어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구글 먹잇감 될 수도

▲ 서비스가 안드로이드에 최적화될수록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갇히게 된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선 구글의 이런 태도가 한국시장에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아마존과 바이두는 경쟁력 있는 자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변형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다. 샤오미처럼 론처나 미들웨어로 플랫폼을 확보한 것도 소프트웨어의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제조사는 자체 플랫폼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상용화를 앞둔 단계다. 뾰족한 대응책 없이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이면 화를 부를 수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확보한 이유는 모바일 생태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안드로이드 천하가 된 대한민국은 구글의 꿈을 이룰 1번지인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배신’을 우려하는 이유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