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관련법 실효성 있나

2011년 영화 ‘도가니’ 이후 장애인 관련 법이 상당 부분 정비됐다. 대부분 처벌수위를 높이거나 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과는 제법 알차다. 특히 장애인 성폭력 사건신고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신고건수는 증가했지만 처벌받는 이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장애인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방식 탓이다.

장애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안이 상당수 만들어졌지만 허점이 많다.[사진=뉴시스]
장애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안이 상당수 만들어졌지만 허점이 많다.[사진=뉴시스]

올초에 드러난 ‘염전노예’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장애인 2명이 전남 신안군 염전에서 임금도 못 받은 채 노예생활을 하다 경찰에 의해 구출돼서다. 마을주민들이 염전업자와 결탁해 이들의 탈출까지 막아 더 큰 충격을 줬다.

이를 계기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올 5월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및 피해장애인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염전노예 방지법)’을 발의했다. 장애인 인권침해 사실을 누구든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사회복지전담 공무원ㆍ구급대 대원ㆍ의료인ㆍ장애인 복지시설의 장과 종사자에게는 신고를 의무화한 게 골자다. 2011년 영화 ‘도가니’에 이어 장애인들의 인권유린 실태가 다시 도마에 올라 법이 정비된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법안 제출이 아니다. 조속한 법안통과와 시행, 현실에 맞지 않는 법안을 수정하는 게 급선무다. 영화 ‘도가니’ 이후 어떤 법안들이 만들어졌고, 과연 실효성 있게 적용되고 있을까.

‘도가니’를 계기로 만들어진 법안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년 10월 개정)’과 ‘사회복지사업법(2011년 12월 개정)’ 두가지다. 하지만 두 법안은 현재 법적용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성폭력특례법은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하고,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장애인 시설 종사자의 성폭력 사건 대해선 가중 처벌도 가능하다.

법 개정 효과는 상당했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 신고 건수는 2008년 237명에서 2012년 694명으로 2.9배가 됐다. 하지만 기소율은 41.6%로 전체 성폭력범죄 기소율(42.9%)보다 낮다. 피해 장애인의 진술로 범죄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동 피해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지체장애인에게 일관된 진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일반인과 똑같은 잣대로 수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사업법도 문제가 있다. ‘외부추천이사제’를 도입해 장애인 시설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지만, 시설 법인들이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고 있어서다. 장애인 인권단체에 따르면 상당수 법인이 법 시행 전 입맛에 맞는 이사를 충원하고 임기를 인위적으로 늘렸다. 임기가 끝나면 일괄 사퇴 후 다음날 재취임하기도 한다. 
 
 

문제가 있는 장애인 관련 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는 대표법 중 하나인 ‘장애인차별금지법’마저 허점이 있다. 이 법은 ‘신체적, 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장애인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석상 ‘장기간’이나 ‘상당한 제약’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같은 장애인이라도 구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 4월 19대 국회 ‘제1호 법안’ 발달장애인법이 2012년에 발의돼 2년 만에 겨우 통과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개인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 지원 시스템 구축이 골자다. 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법안이 통과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법안 통과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기존 법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살피는 게 우선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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