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요양원개혁법에 담긴 철학

장애인 복지시설 내에서 직원과 거주인의 지위는 동등하지 않다. 언제나 거주인이 불리하게 마련이다. 그걸 인정하면 거주인의 권리를 보장할 제도가 마련될 수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장애인을 민간 거주시설에서 ‘관리’ 혹은 ‘보호’하고, 국가는 보조금만 지급하는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장애인을 민간 거주시설에서 ‘관리’ 혹은 ‘보호’하고, 국가는 보조금만 지급하는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인권적 가치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보장돼야 한다. 몇년 전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온 나라가 분노했지만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침해는 여전하다. 비슷한 종류의 사건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사회적 비난도 쏟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큰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이제는 반복적인 사건의 원인을 좀 더 깊숙한 곳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유ㆍ무형의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 등 사람들을 민간거주시설에서 ‘관리’ 혹은 ‘보호’하려 한다. 그 비용의 일부분은 국가가 보조한다. 그러나 그 비용은 시설 거주인들이 ‘인간적’인 삶을 누리기에 부족하다. 이는 국가가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책임전가의 결과는 상상 외로 심각하다.

예를 들어 어떤 거주시설에서 인권문제가 발생한다고 치자.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는 한 웬만하면 문제를 덮어두려 하고, 아니면 거주인들을 다른 시설로 전원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서구에서는 시설 거주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시설직원과 거주인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있고, 직원이 거주인을 푸대접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개혁가들은 1987년 ‘총괄예산조정법(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의 일부로 ‘요양원개혁법(Nursing Hom e Reform Act)’을 제정했다. 이 법은 요양원 거주인의 기본적 인권에 관한 선언을 포함하고 있다.

투명한 시설 운영 위한 제도 절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시설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는 복잡한 만큼 그 해결책도 단순하지 않다. 시설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시설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설 이용자의 권리를 위해서 시설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거주인ㆍ가족ㆍ직원ㆍ손님 모두 포함)이 존중과 존엄으로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주민 주체ㆍ참가의 원칙’에 따라 시설 정비와 운영이 민주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시설 이용자의 삶의 질 향상은 투명하고 개방적인 운영자와 직원이 이용자의 권리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협력할 때에만 이룰 수 있다. 철저한 시설 관리ㆍ감독은 물론 민주적인 이사진(민간단체 포함)을 구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종교시설을 빙자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엔 사회복지시설로 규정하고 해당 시설을 관리ㆍ감독해야 한다. 종교계에서도 세속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면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자정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시설 이용자의 인권 보장책은 한시라도 빨리, 그러면서도 착실한 계획 아래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의 인권침해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현재 뒤처진 장애인 인권의 위상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mofjoy@dae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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