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위기 유럽 덮칠까

포르투갈 최대 은행이 세계경제 리스크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코에스피리토산토(BSE) 지주회사의 단기부채 상환 연기와 회계 부정 악재가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어서다. 국제시장은 포르투갈 금융불안이 다른 지역으로 전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 가능성을 냉정하게 살펴 봤다.

▲ 7월 10일 세계증시가 포르투갈 금융불안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사진=뉴시스]

유럽발 금융불안이 또다시 국제금융시장을 흔들었다. 7월 10일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만6915.07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70.5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8.15포인트 떨어진 1964.68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22.83포인트 떨어진 4396. 20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포르투갈 금융불안의 영향 때문이었다.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코에스피리토산토(BES)의 지주회사인 방코에스피리토산토인터내셔널(ESI)이 단기부채 상환을 연기했다는 사살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17%가량 폭락했고 거래정지까지 당했다. 게다가 ESI의 13억 유로에 달하는 회계부정 적발 사태까지 알려지면서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포르투갈 금융불안의 영향은 유럽증시와 아시아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FTSE100 지수는 전일 대비 0.68% 하락했고 프랑스의 CAC40지수와 독일의 DAX30 지수도 각각 1.34%, 1.52%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또한 범유럽권 증시인 스톡스 유럽600 지수도 1.1% 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와 토픽지수는 각각 0.34%, 0.32% 하락한 1만5164.04포인트와 1255.19포인트를 기록했다. 또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엔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포르투갈 금융불안의 영향으로 2000포인트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4.1포인트가 하락한 1988.74포인트를 기록했다. 11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닥도 포르투갈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시장의 충격이 컸던 건 유로존 재정위기를 불러일으킨 남유럽에서 금융불안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르투갈은 지난 5월 17일 구제금융 지원 3년만에 구제금융 졸업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였다. 유로존 금융위기국가 중 아일랜드에 이어 두번째 구제금융 졸업이었다. 하지만 구제금융 졸업 두달 만에 시중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졸업이 성급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포르투갈 금융불안의 확산 여부다. 아직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은 남유럽과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경우 제2의 유로존 재정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 금융불안의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개입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개별은행의 문제로 국한될 경우 남부유럽 은행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무엇보다 금융지주회사인 에스피리토산토금융그룹(ESFG) 부실 문제가 지난해부터 부각됐다는 점이다. 포르투갈 금융당국은 계열사부채를 규제하고 있다. 또한 BES는 6월 10억4500만 유로의 증자에 성공했고 ESFG가 ESI 채권에 대해 7억 유로의 충당금을 쌓아두고 있어 국가문제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포르투갈 정부가 사태 진화에 적극적인 것도 이유다. 포르투갈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BES회사채 안전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며 “예금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도 “BES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여유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가 은행 문제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시장 흔드는 ‘포르투갈 리스크’

이유는 또 있다. 포르투갈 이외의 지역에서 조달한 자금이 많지 않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트로이카에 의해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진 스페인과 아일랜드와는 달리 포르투갈ㆍ그리스ㆍ이탈리아는 여전히 은행 시스템의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이 진행중에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부실 문제가 몇차례 부각될 수 있지만 과거와 같은 심각한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포르투갈의 경제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아서다. 포르투갈 경제가 구제금융 이전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마이너스 10%를 기록했던 재정적자는 지난해 마이너스 4.9%로 줄었다. 경상수지 적자 역시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정부부채는 여전히 GDP 대비 129%에 달하고 있다. 실업률 또한 높다. 포르투갈의 실업률은 15.1% 기록하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37.5%에 달한다. 코엘류 총리는 “포르투갈의 국재 재정 부담이 대단히 높다”며 “저출산, 고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제금융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최악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포르투갈이 자신들의 내성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킨 게 아니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제금융시장 안정의 수혜를 입었을 뿐이라는 거다. 실제로 포르투갈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국채시장으로 몰리면서 장기채권을 쉽게 팔 수 있었다. 유로존 경기 회복 기대감의 영향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식ㆍ채권 등의 자산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양적완화 정책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지 실질적인 경제 기초 여건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포르투갈 금융기관 전반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금융불안의 원인을 제공한 BES의 경우 순이익은 2010년 5억6000만 유로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5억2000만 유로로 급감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9.4%에서 마이너스 6.9%로 떨어졌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부동산과 연관된 대출은 금융기관의 중요한 수익기반이다”며 “하지만 포르투갈의 건설경기 지표는 2010년 이후 반토박이나 모기지를 비롯한 가계대출이 현격하게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침체에서 맴도는 포르투갈

이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차이는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 최근 둔화세를 겪고 있는 유로존 경제지표에 포르투갈 금융불안의 영향까지 작용해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경우 더 큰 문제에 빠질 수 있다. 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존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광혁 이트레이드 증권 연구원은 “이번 문제가 확대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더 큰 문제는 투자심리다”며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진다면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고 심할 경우 연쇄적인 뱅크런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의 은행시스템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우려도 발생했다. 지난 5월까지 구제금융 관리체제 아래 있었지만 BES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BES는 유로존 은행동맹을 위한 유럽 120여개 대형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재정건전성 점검)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테스트를 통과한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부실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환종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그동안 진행한 유로존 은행시스템의 대응능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향후 유로존 은행 시스템 관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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