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통화정책 어디로 향할까

▲ 오늘 8월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아직 불투명하다.[사진=뉴시스]
7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에서 하반기 경제전망과 기준금리동결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시장은 보수적인 하반기 경제전망과 정부와의 정책공조 가능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국내 경제의 경기회복 기조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실제로 인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째 2.50% 유지다.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111명 가운데 94.6%인 105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그러나 금통위 회의 후 공개된 ‘7월 통화정책방향’에는 국내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있었다. 첫번째 단락인 세계경제에 관해서는 6월과 동일하게 ‘선진국 중심의 완만한 회복세’와 ‘일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리스크’를 언급했다.

하지만 두번째 단락인 국내 경제에 관해서는 “수출호조 지속에도 세월호 사고의 영향 등으로 내수가 위축됐다”며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통화정책방향에서 밝힌 ‘세월호 사고의 영향 등에 따른 소비위축’에 비해 경기를 우려하는 시각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경제의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은 완만한 속도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해 이전보다 성장회복속도가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물가상승압력과 통화정책방향은 보수적이었다. 물가상승압력은 ‘종전 예상보다 다소 약화’로 하향조정했고, 통화정책방향은 내수회복 지연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전망보다 내수회복이 늦어지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에서 3.8%로 0.2%포인트 하향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에서 1.9%로 낮췄다. 금통위는 경기회복 둔화세의 영향을 국내 내수소비 위축에서 찾았다. 또한 세계경제 성장률은 3.6%에서 3.3%로, 세계교역 증가율은 5.1% 증가에서 4.1% 증가로 낮췄다. 하지만 세계경제 성장률과 세계교역 증가율의 하향에도 2014년 국내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은 0.4%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대외수출은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며 “수출단가 하락에도 수출물량은 기존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반기 경제 보수적 의견 강해져

이에 따라 2014년 국내 경제성장률의 하향 배경은 민간소비 증가세가 3.1%에서 2.3%로 0.8%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소비부진의 영향으로 수입증가율은 5.7% 증가에서 4.1% 증가로 조정됐다. 외수 성장 기여도가 내수 성장 기여도의 부진을 상쇄해줬다는 얘기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 4월 연 680억 달러를 예상했지만 3월부터 5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연 84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상반기 40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나타난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44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돼 원화 절상합력 하반기에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4.0%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4월에 전망한 4.2%에 비해 0.2%포인트 하향됐다. 다른 지출항목별 성장률은 소폭 조정됐지만 상품 수출입 증가율이 기존 전망에 비해 큰폭으로 하향됐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연간 700억 달러로 올해에 비해 줄어들겠지만 지난 4월 전망치인 580억 달러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리해보면 한국은행의 하반기 경제전망은 지난 4월 전망에 비해 일부 후퇴했다. 기준금리동결 기조의 변화도 감지됐다. 시장은 이주열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과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치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위축에 따른 성장둔화, 하방 리스크 확대, 정부와의 정책공조 가능성 시사, 기준금리에 근접한 시장금리하락 등은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이다.

금리인하 효과 크지 않다면…

하지만 반대로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국내 경제의 경기회복 기조, 잠재성장 수준에 부합한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 금리인하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또 다른 변수는 GDP 성장률이다.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보면 2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5~0.6%를 기록할 전망이다. 당초 전망인 0.7% 성장, 세월호 참사 이전 0.9% 성장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2분기 민간소비 역시 제로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7월 24일 발표될 국내 2분기 경제성장률과 세부항목별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 mijhsilon@jbs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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