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OS에 담긴 구글 플랜

▲ 구글·애플 등 IT기업들이 올 3월부터 차량용 운영체제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완성차 업체와 구글ㆍ애플 등 IT업체가 협력해 차량용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두 업계간 관계가 추후 ‘경쟁’ 관계로 돌아설 가능성이 엿보인다. 구글이 차량용 OS 최종 개발 단계인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미래 자동차 시대에 ‘구글 vs 완성차’ 구조가 예상된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서 있다. IT와의 협업을 통해 자동차 자체는 물론이고 이동성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올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 기조연설에 나선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이 던진 화두다. 핵심은 간단하다. 과거 자동차산업은 기계공학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전기동력화, 스마트화 등 자동차의 성장 패러다임이 변했고, 이제는 독자생존이 어려워졌다. 완성차업체가 전자ㆍIT 기술을 개발하는 게 무리가 있을뿐더러 비용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과 전자ㆍIT 등 첨단 기술과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산업간 융합은 기본적으로 협력 관계에서 나온다.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최근 완성차업체와 구글ㆍ애플 등 IT업체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페라리ㆍ벤츠ㆍ혼다ㆍ인피니티ㆍ재규어 등과 ‘iOS 인더 카(iOS In The Car)’라는 연합 체제를 구축했다. 차량과 애플 아이폰을 연결해 운전자가 보다 편리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나아가 차량 내부 시스템을 제어하는 운영체제(OS)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후 애플은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차량용 운영체제(OS) ‘카 플레이(CarPlay)’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차량 내 USB 포트에 애플 아이폰을 꽂아 스마트폰의 기능을 차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가 차량 내에서 음성 또는 터치로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아직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연동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운전 중 휴대전화를 만지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라리ㆍ벤츠ㆍ볼보가 일부 모델에 카 플레이를 탑재한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혼다ㆍ미쓰비시ㆍ닛산ㆍ도요타ㆍBMWㆍ포드ㆍGMㆍ현대차ㆍ기아차ㆍ재규어ㆍ푸조-시트로엥 등도 향후 카 플레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구글은 6월 차량용 OS인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공개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카오디오, 내비게이션, 통화와 통신 등 운전자의 즐거움을 위한 장치를 제어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OS라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위한 OS인 셈이다.

구글 역시 크라이슬러ㆍ포드ㆍGMㆍ혼다ㆍ현대차ㆍ기아차ㆍ닛산ㆍ아우디ㆍ도요타ㆍ미쓰비시 등 완성차업체와 ‘오픈 자동차 연맹(OAA)’를 체결해 추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애플과 구글에 비해 다소 뒤처졌다는 평을 받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차량용 OS를 개발하고 있다. MS는 4월 ‘윈도 인 더 카(Window in the Car)’를 선보였다.

이처럼 완성차업체와 IT업체가 차량용 OS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이 협력 관계가 계속해서 유지된다는 법은 없다. 추후 경쟁 구조로 돌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차량용 OS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다. 완성차와 IT업체가 서로 협력해서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IT업체는 새로운 시장 창출 기회이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완성차업체는 자신에게 유리했던 기존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라 소극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성장 방향이 확실한 만큼 이를 놓치면 미래 경쟁에서 뒤쳐질 게 분명하다는 게 완성차업체의 생각이다. IT업체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구글ㆍ애플 등 ‘차량용 OS’ 개발

하지만 차량용 OS 개발이 진행되면서 두 업계가 유지했던 협력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크다. 차량용 OS는 현재 초기 단계에서 차 안 조명ㆍ도어 락ㆍ파워 윈도 등 운전을 제외한 편의시설을 제어하는 두번째 단계, 계기판ㆍ엔진 상태 조절ㆍ변속 등 가속기와 핸들 조작을 제외한 운전을 제어하는 세번째 단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단계는 핸들ㆍ가속기 같은 자동차 운전을 직접 하는 자율주행자동차(무인자동차) 시대다.

이런 과정에서 완성차업체와 IT업체의 경쟁이 야기될 수 있다. 특히 경쟁 구도가 애플과 MS보다는 구글에 초점이 맞춰진다. 구글은 현재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완성차업체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가 자율주행자동차라면 현재 자동차업계의 경쟁자는 자율주행 기술을 지닌 구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구글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구글 제공]
현재 자율주행자동차는 안전과 규제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시장 형성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2025년 본격 성장기에 진입하며 전 세계 생산량이 23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에는 1000만대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글은 2017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은 5월 핸들과 가속, 제동 페달 없이 출발과 정지 스위치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안에 시험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 ‘완성차 vs 구글’

완성차업체 역시 두 손 놓고 구글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각각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GM은 2015년 반자율주행자동차를, 2020년에는 완전자율자동차를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ㆍ혼다ㆍ닛산ㆍBMWㆍ벤츠 역시 2020년까지 자율주행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완성차업체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들어 구글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위해 다양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7월 초 앨런 멀럴리 전 포드 CEO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며 자율주행자동차 연구에 속력을 붙였다. 업계에선 멀럴리 전 CEO가 지닌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식과 구글이 보유한 IT 역량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구글은 무인차 개발 위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은 4월 태양광 동력의 무인기(드론) 제조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6월에는 위성영상 서비스업체 ‘스카이박스 이미징’을 사들였다. 추후 구글이 완성차업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완성차 업체와 구글 등 IT업체와의 협력이 미래 경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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