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보고서⑤ 협력업체 CSR 왜 중요한가

CSR은 기업경영의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핵심과제다.[사진=뉴시스]
CSR은 기업경영의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핵심과제다.[사진=뉴시스]

나이키는 제3세계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논란이 일자 “협력업체의 잘못”이라고 변명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애플은 협력업체 폭스콘의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신음하자 불매운동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기업이 협력업체의 CSR을 관심 갖고 지도해야 하는 이유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지금도 우리사회는 CSR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국한하는 듯하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사회’를 지역사회로 한정해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CSR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환경ㆍ고객ㆍ협력회사ㆍ임직원 등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포함한다.

기업의 이해관계자 중 함께 성장해야 하는 대상은 협력업체다. 협력업체야말로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동반성장해야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단순 갑을甲乙관계에서 벗어나 공생을 위한 파트너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설비ㆍ기술ㆍ자금지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 CSR을 전파하려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두된 갑을 논란 이후 괄목할 현상이다.

1996년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는 제3세계 국가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해 축구공을 만들었다가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터지자 당시 나이키는 “나이키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의 잘못”이라고 변명했다. 나이키의 대응은 대중의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이 도화선이 돼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그 결과, 나이키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16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근래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글로벌 IT업체 애플의 대표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2010년 근로자의 노동강도와 공장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14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애플의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두가지 사례는 기업의 협력업체 CSR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나이키와 애플의 사례를 교훈 삼은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에 CSR을 전수하는 것은 물론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 CSR이 기업경영의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전자산업시민연대(EICC)는 참여기업에 자사의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인권노동ㆍ윤리ㆍ환경ㆍ안전보건 등 CSR관리체계의 기준을 인지하고 실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규정을 위반한 업체와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권고규정까지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EICC에 가입한 일부 기업과 CSR이 조직문화로 자리잡은 기업들은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CSR평가요소를 반영한다.

의미있는 시도이지만 한계는 있다. CSR평가요소의 비중이 매우 작고, 자가진단 결과가 나와도 실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업들이 협력업체가 자발적으로 CSR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동시에 진단결과의 중요도에 따라 협력업체의 지원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세부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업의 상생협력활동은 협력업체의 품질과 기술력, 생산능력을 향상시킨다. 납기일과 각종 규제를 준수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협력업체와 유대감이 강화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협력업체의 상생협력활동은 협력업체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도 실질적인 글로벌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인 것이다. 기업과 협력업체가 동반성장하는 길, CSR에 있다.

조호성 코리아CSR컨설팅그룹 연구원
chs0909@g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