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ㆍ외환은행 통합 왜 서두르나

▲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1년 외환은행 직원의 시위 모습.[사진=뉴시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너지 효과는 발생하지 않고 수익성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조기통합의 목적이 다른데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ISD 재판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론스타의 망령을 지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하나은행 연수원. 7월 12일 이곳에 하나금융지주와 하나ㆍ외환은행 임원 135명이 모여 워크숍을 열었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5년 독립경영 약속’을 무색하게 하는 결의문 채택이었다. ‘5년 독립경영 약속’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5년 동안 추진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약속이다. 그만큼 두 은행의 조기통합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조기통합 대박론’을 설파했고(7월 12일), 두 은행 이사회는 조기통합추진을 결의했다(7월 17일).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통합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으로 조기통합이 논의되고 있다”며 “인수합병 2년이 지났지만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1조원에 달한다”며 “통합은 외환은행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조기통합. 말은 그럴듯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약속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전제로 한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노동조합에 협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논의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통합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급물살 탄 조기통합 가능성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2012년 2월 하나은행과 금융감독원, 외환은행 노조는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2ㆍ17 합의문’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의 조기통합 논의는 2ㆍ17합의안을 무시한 처사”라며 “5년전의 약속을 쉽게 저버린 사측이 노조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할 리 만무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외환은행 노조와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서는 보수문제와 구조조정 등의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의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보수와 사내복지 차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통합 현안을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조기통합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의문이다”고 말했다. 조기통합 추진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한편에선 ‘하나금융그룹이 론스타 지우기에 나섰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판을 통해 불거진 론스타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게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지난해 4월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은 포괄적 주식교환에 합의했다. 외환은행 상장폐지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는 상장폐지를 반대했다. 론스타와의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사라지면 소訴의 실익이 없어져 소송 자체가 무의미해져서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조세팀장은 “론스타는 이미 외환은행 상장폐지를 빌미로 원고 적격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환은행 통합되면 론스타 소송 어려워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한국정부가 투자보장협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200 6년 KB국민은행과 6조3340억원, 2007년 H SBC와 5조9370억원 규모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승인을 지연해 발목이 잡혔다. 이후 2010년 하나금융그룹과 3조1950억원에 매각하면서 2조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며 43억 달러(4조4000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한국정부가 ISD 소송에서 이기려면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적법한 투자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론스타의 손해를 배상해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ISD에서 한국정부가 승리해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게 입증되면 하나은행은 복합한 상황에 빠져든다. 산업자본은 외환은행의 인수자격이 없기 때문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체가 무효가 된다. 그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 역시 자격을 잃어버린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으로선 ISD 소송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게 유리하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얘기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경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의 지분을 매입한 하나은행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인수 당시의 합의를 무시하면서까지 외환은행의 존재를 지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론스타와의 ISD 재판이 내년 10월에 열릴 예정이다”며 “론스타의 대주주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통합을 재판 이후로 미룰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통합으로 외환은행이 사라질 경우 ISD 재판에서 승소해도 소송의 실익이 없어져 더 이상의 소송 진행이 어렵다”며 “4조6000억원 가량의 국부가 유출된 중대한 사한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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