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한 팬택,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위기에 빠진 팬택의 손을 잡았다. 향후 2년간 채권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팬택으로서는 일단 한숨 돌렸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월 최소 20만대를 팔아야 하는 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해외시장은 막혔고, 국내시장에선 애플삼성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 7월 10일 이준우 팬택 대표(사진 가운데)와 경영진이 이동통신3사의 지원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이동통신 3사가 팬택에 회생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7월 24일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는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팬택의 상거래 채권상환을 향후 2년 동안 무이자 조건으로 유예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7월 25일 팬택의 상거래 채권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팬택으로서는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채권단이 제안한 의무구매물량 보장에 대해선 “고객의 수요와 기존 재고 물량 등 각 이동통신사의 수급 환경을 고려해 사업자별로 판단할 예정”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제품의 물량을 보장하는 것은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상환을 유예하기로 한 팬택의 채권 규모는 총 1531억원에 이른다. 7월 24일 기준으로 팬택과 거래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상거래 채권 전액이다. 산업은행 등 팬택의 채권단은 그동안 이동통신 3사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비롯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채권 등 총 1800억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동통신 3사의 팬택 채권은 SK텔레콤 900억원, KT 500억원, LG유플러스 400억원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는 팬택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채권단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급해진 팬택이 최근 이동통신 3사에 채무 상환 유예기한을 2016년 7월 25일로 2년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동통신 3사는 고심 끝에 팬택의 제한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이동통신 3사가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꾼 것은 채권단이 출자전환 답변기한을 무기한 연장해 압박 수위를 높인 데다 팬택 협력사가 줄도산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팬택 협력사 550여개 중 대부분은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상태다.

 
이동통신 3사가 팬택의 채무상환 유예기간을 2년간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팬택 채권단은 이를 골자로 한 팬택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제시했던 단말기 최소 물량 구매 보장을 무작정 강요하기 어려워졌다. 이동통신 3사의 채권 유예 결정으로 팬택은 법정관리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는 이전보다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팬택의 존속 여부는 앞으로 어떤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렸기 때문이다. 팬택은 매달 2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실패한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 제품뿐만 아니라 시장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7월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상품, 마케팅, 전략 등 모든 것은 전향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팬택은 국내시장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시장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한다. 문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0% 초반에 불과하다는 거다. 설상가상으로 해외시장 공략도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ㆍ애플 등은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스마트폰 손목시계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차세대 먹거리로 출시하고 있고, 샤오미小美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저가폰 공세에 나섰다. 산 넘어 산이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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