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Good & Bad

‘유병언 부실수사’로 검ㆍ경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유병언 검거에 나선 검찰과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추적, 그리고 발견까지 허술했고, 뒷북을 쳤다. 특히 그의 시신을 발견했음에도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40일을 넘게 검거작전을 펼쳤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이성한 경찰청장은 문책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 김진태 검찰총장
Bad | 김진태 검찰총장
망자에게 영장 재청구

검찰에 불어 닥친 ‘유병언 부실수사’의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 안팎에선 7월 24일 전격 사퇴한 최재경 인천지검장에 이어 김진태 검찰총장까지 조만간 교체되거나 자진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의 뒷북, 부실수사는 심각했다.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6월 12일 전남 순천)을 발견했음에도 사소한 변사자로 판단, 40일이 지나서야 신원을 확인했다.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가 변사자의 유류품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천 송치재 별장의 비밀 공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근처 야산 매실밭에서 반백골이 된 유 전 회장을 상대로 영장을 재청구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또한 역대 최고 금액인 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경찰과 해경 인력 5000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펼쳤지만 유 전 회장의 옷자락 하나 찾아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 초기부터 유 전 회장 일가 신병 확보를 안일하게 했고, 추적 작업 역시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검찰조직의 수장인 김진태 검찰총장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총장은 7월 15일 대검 주례간부회의를 열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 유병언 전 회장을 반드시 검거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부실수사. 총 책임자로서 문책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해 “김진태 검찰총장을 해임하고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유 전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도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채 검거작전을 편 검ㆍ경 수뇌부의 문책 범위와 민심 수습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수사ㆍ지휘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새누리당이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김진태 총장의 교체론에 가담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 이성한 경찰청장
Bad | 이성한 경찰청장
40일 동안 한 거라곤…

6월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밝혀지자 경찰의 허술한 초동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변사체가 발견된 장소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은신처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변사체를 40일 동안 단순 변사로 취급하는 바람에 유 전 회장을 추적하느라 쏟은 인력과 예산을 허비하게 됐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수사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쏟아진다.

순천경찰서는 7월 22일 “변사체 발견 당시 부패가 80%가량 진행돼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데다 행색이 노숙자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해명에 지나지 않다. 변사체와 함께 발견된 수많은 유류품이 유 전 회장의 신원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사체 발견 당시 현장에는 길이 8.5㎝의 스쿠알렌 빈병 1개와 다수의 술병 등이 발견됐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스쿠알렌 병이다. 이 제품은 세모 계열사인 한국제약이 생산하는 보조식품이다. 병에는 제조사가 적혀 있다. 경찰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변사체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변사체와 함께 발견된 소지품이 신원을 확인해줄 결정적 증거였지만 경찰은 이 역시 간과했다. 천가방에는 유 전 회장이 1994년 집필한 「꿈같은 사랑」이 담겨 있었고, 변사체가 이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 점퍼를 입고 있었다. 점퍼의 가격은 수백만원에 달한다. 시골 산기슭 매실밭에서 발견된 노인이 고가의 점퍼를 입었는데도 경찰은 노숙인으로 판단한 것이다. 경찰이 의례적으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얘기다.

경찰청은 “일선 직원들의 부주의인 듯하다”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부실수사의 책임을 일선에 전가했다. 7월 23일 경찰청은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찰청의 조치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7월 21일까지만 해도 유 전 회장을 잡을 것처럼 호언장담하던 이 경찰청장이 부실수사의 책임을 순천지청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수장의 오판으로 40일 동안 경찰은 헛물을 켠 셈이다.
박용선ㆍ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