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그들은 어떻게 甲이 됐나
TV홈쇼핑, 그들은 어떻게 甲이 됐나
  • 김미선 기자
  • 호수 103
  • 승인 2014.07.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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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울리는 홈쇼핑의 세계

TV홈쇼핑. 중소기업엔 구세주 같은 존재다. 짧은 시간에 제품을 홍보할 수 있어서다. 판로가 약한 중소기업으로선 TV홈쇼핑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생태계가 문제다. TV홈쇼핑의 절대적 권력을 이용해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TV홈쇼핑은 어떻게 갑甲의 자리에 올라섰을까.

▲ TV홈쇼핑 시장의 독점구조는 불공정 행위를 유발하는 원인이다.[사진=뉴시스]
홈쇼핑 업계가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995년 처음 출범한 홈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조원을 돌파했다. 전병헌(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홈쇼핑 6개사의 취급고는 2012년 1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9660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성장은 모바일ㆍ온라인몰이 이끌었지만 가장 큰 주역은 TV홈쇼핑이었다.

국내 TV홈쇼핑은 2000년부터 케이블방송의 지상파 재전송을 허용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케이블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시청자들이 홈쇼핑 채널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TV홈쇼핑 업계는 다양한 변신을 꾀하며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일례로 TV홈쇼핑에서 팔리는 패션상품은 백화점 상품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과 품질을 자랑한다.

신진디자이너들과 손잡고 만든 자체 PB상품은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다. 남성들도 TV에 앉아 건강식품이나 패션제품을 구매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상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편의점 가맹점 모집에 수입차, 부동산까지 TV홈쇼핑을 통해 팔린다. 소비자들이 TV홈쇼핑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파격적인 혜택에 있다. ‘원+원’ 구성, 다양한 사은품도 챙겨준다.

거기에 무료 반품, 교환까지 해준다. 소비자들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중소기업에도 TV홈쇼핑은 환영할 만한 존재다. 낮은 인지도로 판로 확보가 어려운 중소업체에 TV홈쇼핑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몇시간 방송만으로 1년 매출을 벌어들이는 중소업체가 있을 정도다. TV홈쇼핑을 통해 히트 친 중소기업 상품도 많다.  ‘댕기머리’ ‘한경희 스팀청소기’ ‘한스킨 BB크림’ ‘휴롬원액기’ 등이 대표적이다.

홈쇼핑 업체들도 중소기업 제품 판매에 적극적이다. 상품 구성을 보면 많게는 80%, 적게는 50% 이상이 중소기업 상품이다.  이쯤 되면 중소기업과 홈쇼핑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 같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그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최근에는 홈쇼핑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 6월 롯데홈쇼핑 전 대표를 비롯한 영업본부장(전무)ㆍ방송ㆍ지원본부장ㆍ고객지원부문장 등 전ㆍ현직 임직원 7명과 리베이트를 공여한 브로커 1명을 포함 총 8명을 구속기소됐다. 기소된 롯데홈쇼핑 전ㆍ현직 임직원은 홈쇼핑 황금시간대에 출연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뒷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이혼한 부인에게 매달 생활비 300만원을 대줄 것을 요구하거나 부친의 도박 빚 1억5000만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고질적인 갑을관계 해결해야

이들은 아들이나 아버지 등 친ㆍ인척뿐만 아니라 전처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동원해 뒷돈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벤더(중간 유통업체)들이 로비를 전담했다. 한 벤더업체 대표는 납품업체 27개를 관리하며 수수료 명목으로 약 30억원을 받아 그중 5억6000여만원을 홈쇼핑 간부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홈쇼핑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벤더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납품업체들에게 슈퍼갑 노릇을 한 거다.
 
한편에서는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롯데홈쇼핑만의 일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공정위의 서면실태조사 결과(2013년)를 보면 TV홈쇼핑의 불공정행위 건수는 총 108건이다. 이 중 7.5%는 ‘판촉비용 전가’였다.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저렴한 가격과 각종 혜택은 납품업체들의 희생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납품업체에 부과하는 판매수수료도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홈쇼핑 업계의 판매 수수료율은 평균 34.4%였는데 이는 같은 기간 백화점 평균 판매수수료율(28.5%)보다 무려 5.9% 높다.

 
납품업체에 무료 반품과 환불에 들어가는 택배비용 등을 전가하기도 한다. 방송시간이 임박해 염가 판매를 강요하거나 판매수수료율을 높이는 일도 종종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불공정행위는 공공연하게 일어났다. 홈쇼핑 업계와 납품업체 간 고질적인 갑을관계가 발생하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TV홈쇼핑 산업의 구조적 불균형을 문제로 지적한다.

임채운 서강대(경영학) 교수는 “제한된 채널, 한정된 황금시간대 확보를 위한 납품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평등한 갑을관계가 형성됐다”며 “내부자 부정에 대한 온정주의와 관용적 처벌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홈쇼핑 업체의 반송편성표를 보면 20시간 생방송에 4시간은 녹화방송과 재방송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 평균 방송되는 프로그램 수는 20개 안팎이다. 방송마다 새로운 상품을 판다고 해도 한달에 팔 수 있는 상품수는 최대 600개에 불과하다. 매번 새로운 상품을 파는 것도 아니다.

잘 팔리는 상품은 중복판매한다. 홈쇼핑에 진입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힘든 이유다. 지난해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홈쇼핑 입점을 희망한 중소기업 제품은 2780여개에 달했지만 홈쇼핑 5개사(홈앤쇼핑 제외)에 방송된 상품은 117개(4.2%)에 불과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국내에 홈쇼핑 채널은 6개밖에 없다. 시간이 매장이나 마찬가지인데 채널수까지 적다 보니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이는 방송법과 관련이 깊다.

2001년 방송법 개정으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Program Provider)의 허가제는 등록제로 전환됐다. 개정안에 따라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PP등록이 가능하지만 홈쇼핑 채널에는 이같은 등록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될 수 있다. 승인을 받아야 홈쇼핑 채널권을 얻는다는 것이다.

한정된 공급으로 인한 독점시장

가장 최근에 개국한 홈앤쇼핑의 경우 중소기업 의무 편성 비율 80% 이상을 조건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사업자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1995년 CJ오쇼핑과 GS홈쇼핑이 개국했고 6년이 지난 2001년에야 현대홈쇼핑과 우리홈쇼핑, NS홈쇼핑이 개국했다. 이같이 홈쇼핑 개국이 더딘 것은 까다로운 승인요건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일본은 30개, 중국은 100개사가 홈쇼핑 채널을 운영한다.

 
진짜 문제는 국내 대부분 TV홈쇼핑 사업권을 CJㆍGSㆍ롯데 등 대기업이 갖고 있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홈쇼핑채널의 독점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다. 이정희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지금의 문제는 결국 독과점 때문”이라며 “지금의 승인제를 유지하되 시장 경쟁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일정 부분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상황을 분석해 홈쇼핑 채널 수를 어느 정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임채운 교수도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TV홈쇼핑 사업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채널수를 늘려 TV홈쇼핑사 간에 우수 중소기업 유치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승인제 대신 등록제로 바꿔 일정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사업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홈쇼핑 시장의 독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

특히 최근에는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홈쇼핑 채널의 독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 제품 판로를 위해 제 7의 홈쇼핑 출범을 관계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송출수수료만 문제인가

홈쇼핑 업계는 반대 목소리를 낸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이 늘어나면 송출수수료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렇게 발생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홈쇼핑업체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SO(유선방송사업자)에 어마어마한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특히 2012년 홈앤쇼핑 개국으로 홈쇼핑 업체가 5곳에서 6곳으로 늘어난 다음 송출수수료는 증가했다.미래과학창조부에 따르면 2009년 6개사가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4093억원에서 2012년 8704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홈쇼핑 채널이 늘어도 중소기업에 별다른 이익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도 매출의 32%를 판매수수료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을 위한 채널이 하나 더 생긴다고 해서 홈쇼핑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홈쇼핑 업계는 높은 송출수수료에도 매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부진한 다른 유통업태와 달리 홈쇼핑 업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CJ오쇼핑과 GS홈쇼핑 두 업체 모두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중요한 건 이런 수익이 납품업체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홈쇼핑에 높은 수수료를 주고 굳이 TV홈쇼핑 방송을 이용하겠냐”며 “어파피 홈쇼핑 입장에서도 납품업체가 돈이 되기 때문에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홈쇼핑 업체들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30%대라고 하지만 실질 체감수수료는 50% 정도”라며 “홈쇼핑 채널을 늘려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희망가격은 있어도 판매가격은 없다”며 “이들이 원하는 판매수수료와 할인가격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가 공감하는 지금의 문제는 TV홈쇼핑 시장은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고 이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거다. 채널수를 늘리든 등록제를 적용하든 더 이상 제2의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과 같은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황금알을 낳는 홈쇼핑 시장.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뒤를 돌아볼 때다.

홈쇼핑 업계 바뀌려면❶ 까칠한 재승인 절차 필요해

▲ 내년 5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홈쇼핑.[사진=뉴시스]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으로 지금의 홈쇼핑 승인제에 대한 의문과 함께 5년마다 있는 홈쇼핑 재승인 심사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홈쇼핑과 같은 방송채널용사업자 등의 승인유효기간은 2010년 규제완화 측면에서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그런데 재승인 평가 기준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과 관련한 사항이 대부분이다.

홈쇼핑의 유통채널의 성격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홈쇼핑은 방송이 목적이 아닌 상품을 원활하게 판매하는 유통채널”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재심사 승인기준을 보면 방송기술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다가올 재승인 심사 기준은 홈쇼핑의 주된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심사항목을 보면 ‘방송평가위원회 방송평가 결과’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공성 등 실현가능성’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및 이행여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미래부는 올 11월까지 홈쇼핑 채널 재승인 기본계획을 검토해 내년 5월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전까지 불이익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홈쇼핑 업계 바뀌려면❷ 효율적인 거버넌스 필요해
 

 
홈쇼핑 재승인 심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통사업 관리는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차원의 관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거래 정책부서의 소관이다. 각 관련 부서의 조정과 통제를 통합적으로 하고 현장의 의견이 조율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도출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만 보면 정책조율에 있어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 것 같다.

현장 의견을 간접적으로 부처에서 수렴해 의견을 조율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각 부처 간 현장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각 부처들이 권한을 쉽게 양보하지 않는 일도 발생한다. 현장의 의견을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성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합리적인 정책을 도출할 수 있다.
박명희 한국미래소비자포럼 대표 consumer200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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