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수 늘려야 머슴이 안 까분다”
“양반수 늘려야 머슴이 안 까분다”
  • 김미선 기자
  • 호수 103
  • 승인 2014.07.29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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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생태계 이렇게 바꿔라① 등록제 도입

국내 홈쇼핑 채널은 6개뿐이다. 그나마도 모두 대기업이 운영한다. 이들의 독점은 여러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독점을 보장해 주는 방송법이 문제다. 홈쇼핑 채널의 승인제를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최재섭 남서울대(국제유통학과)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최재섭 교수는 "홈쇼핑 시장 개방을 통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사진=지정훈 기자]
✚ 최근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 사건이 논란을 일으켰다. 홈쇼핑의 높은 판매수수료, 판촉비용 전가도 문제다. 원인은 무엇인가.
“홈쇼핑 채널의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판매를 원하는 납품업체의 수요는 넘쳐난다. 시장논리에 따라 시장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 홈쇼핑 업체에 ‘묘한 권력’이 생길 수 있겠다.
“적절한 지적이다. 홈쇼핑에 거래하는 100여개 납품업체를 조사한 적이 있다. 한 납품업체의 경우, 방송시간에 임박하자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못 팔겠다’고 나오는 홈쇼핑 업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수수료를 올려줘야 했다. 통상적으로 홈쇼핑에서 1시간 판매방송을 하면 3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팔린다. 홈쇼핑 방송을 위해 제품을 준비한 납품업체로선 방송을 하지 않으면 준비한 상품이 모두 재고가 된다. 웃돈을 주고라도 제품을 팔 수밖에 없는 거다. 이런 문제들은 홈쇼핑 업계의 독점으로 인한 것이다. 정부가 만들어준 그 독점 말이다.”

✚ 무슨 말인가.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채널용사업자(PPㆍProgram Providerㆍ프로그램 공급자) 승인을 받아야만 TV홈쇼핑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돈이 안 되는 낚시ㆍ바둑ㆍ청소년 PP에는 등록제, 천문학적인 이익이 발생하는 홈쇼핑 PP에는 승인제를 적용한다. 1ㆍ2위 홈쇼핑만 봐도 자본금이 400억원이 안되는데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이 넘는다. 말이 안 된다.”

✚ 해결책은 없나.
“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홈쇼핑도 정해진 규정을 충족하면 PP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서 채널의 한계가 없어졌다. 종합편성ㆍ보도 채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홈쇼핑 채널에는 굳이 승인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2001년 신규 PP들의 경쟁을 통한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PP 등록제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자본금 5억원 이상과 주조정실ㆍ부조정실ㆍ종합편집실ㆍ송출시설 등 기초제작시설만 갖추면 PP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종합편성ㆍ보도ㆍ홈쇼핑 분야에만 승인제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 CJ오쇼핑, GS샵, 홈앤쇼핑 등 총 6개 홈쇼핑 채널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지금의 TV홈쇼핑 승인제를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는 소리인가.
“맞다. 홈쇼핑 채널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자격조건을 충족했을 때 사업권을 줘야 한다. 예를 들면 자본력이 취약한 회사가 제품을 판매를 해놓고 문을 닫으면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금 등을 자격요건으로 정하고 이를 충족하면 사업권을 주는 방식이다.”

✚ 현재 홈쇼핑 사업자들은 일정 기간마다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재승인 심사를 통해 이들을 규제할 방법은 없나.
“재승인 심사에도 문제가 많다. 일단 재승인 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또 홈쇼핑은 ‘유통’ 채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재승인 심사 항목을 보면 방송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준다면.
“농수산물 홈쇼핑은 식품 의무 편성 비중을 80%로 잡겠다고 해 홈쇼핑 사업자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그 비중이 60%까지 낮아졌다. 애초의 목적을 상실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평가할 항목 자체가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업권을 따내면 되는 구조다.”

CJ오쇼핑과 GS홈쇼핑은 2012년 재승인 심사를 받아 통과했고 롯데ㆍNSㆍ현대홈쇼핑은 내년 6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과거 홈쇼핑 재승인 심사 기준을 보면 ‘방송평가위원회 방송평가’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및 이행여부’ 등 대부분 방송 관련 평가항목이 주를 이룬다.

✚ 승인제를 등록제로 바꾸면 송출수수료가 높아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높은 송출수수료를 부담할 수 있는 업체는 정해져 있다. 이들은 지상파 중간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할 거고 송출수수료가 부담스러운 업체들은 알아서 48번, 50번 등의 채널로 가게 될 거다. 많은 채널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홈쇼핑 채널도 스포츠 채널처럼 연번제(홈쇼핑 채널을 한 곳으로 모으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 이런 제도의 도입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까.
“송출수수료가 높은 채널의 홈쇼핑 업체에서 이뤄지는 구매는 대부분 잽핑(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보는 것) 과정에서 이뤄진다. 충동구매라는 얘기다. 보통 홈쇼핑 채널에서 최종 구매까지 이뤄지는 비중(전환율)은 50% 정도밖에 안 된다. 예를 들어 56번에 주얼리 판매 채널이 있다고 치자. 소비자들은 필요할 때 원하는 채널에서 목적 구매를 하게 될 거다. 납품업체 입장에서 봐도 긍정적이다. 목적구매를 하기 때문에 반품율이 떨어진다.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

경쟁자 많아야 횡포 줄어들어

 
✚ 사실 홈쇼핑 업체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한다. 방송법도 문제지만 이들의 높은 시장지배력이 특히 문제 아닌가.
“맞다. 문제가 심각하다. 롯데가 대표적이다. 홈쇼핑을 비롯해 SSM(기업형슈퍼마켓) 슈퍼마켓, 온라인몰 등 여러 유통채널을 거느리고 있다.”

✚ CJ의 경우 방송사업도 하지 않나.
“CJ는 MPP(복수방송채널사업자)면서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다. 자체 채널을 만들고 종합유선방송사업까지 한다. 거기에 물류(CJ대한통운)까지 갖고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전 분야에서 수직ㆍ수평통합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유통업체들이 시장지배력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탁해진다는 거다.”

✚ 해결 방법은 없을까.
“미국에는 반독점법이 있다. 특정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 시장을 지배하면 기업을 분할하거나 강제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특정 업종 간 결합을 규제할 수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결국 시장구조의 문제인 것 같다.
“양반집 머슴들이 행패를 부리는 이유가 뭔가. 주인이 힘이 없으면 나쁜 짓을 할 수 없다. 유통시장도 마찬가지다. 지금같이 소수의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집중돼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경쟁자가 많으면 횡포를 부리기 어렵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공정위도 이런 독과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유통업체 최고경영자들의 윤리경영도 부족한 것 같다.
“최고경영자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공동의 선을 추구해야 한다. 어른이 해야 할 게 있고 아이가 해야 할 게 있다. 언제까지 골목대장 노릇만 하고 있을 건지 모르겠다. 이들이 먼저 나서 건전한 유통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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