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생태계 이렇게 바꿔라 ②소비자의 힘

TV홈쇼핑의 힘은 소비자에게 나온다. 비윤리적이거나 서비스가 형편없는 TV홈쇼핑을 이용하지 않으면 해당 업체는 권력과 시장지배력을 동시에 잃는다. 소비자 스스로 건강한 유통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어떤 유통채널이든 소비자라는 ‘감시견’을 가장 무서워하는 법이다.

▲ 소비자 권리는 소비자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사진=뉴시스]
TV홈쇼핑 업계의 ‘갑을甲乙 문제’는 이들의 시장지배적인 ‘힘’에 의해 발생한다. 방송시간으로 정해진 공급량은 한정돼 있는데 방송을 통해 판매하고자 하는 수요는 넘친다. 이런 시장구조에서 TV홈쇼핑 업자는 입점을 원하는 판매자와 제조업체에 우월한 힘을 가진다. 시장에서 ‘힘’이 존재하면 시장에서 생산된 가치는 공정하게 분배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TV홈쇼핑사의 협상력은 소비자의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조업자 또는 상품공급자에게 불합리한 거래조건을 강요한다면 상황이 다르다. 이는 단기적으로 상품 가격의 인하나 추가 구성 등의 거래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거래 조건이다.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계속되면 수익성이 감소한 납품업자는 시장에서 탈퇴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택ㆍ서비스 개선 제한, 불합리한 소비자 가격 등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환경은 문제가 있는 거다. 유통에서 갑을관계는 단순히 제조업자 또는 상품공급자와 유통업자간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 후생과 직결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현재 홈쇼핑 시장환경의 구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홈쇼핑의 등록제 전환, 신규승인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 논의는 소비자 후생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홈쇼핑의 등록제 전환이나 신규승인의 확대가 적용됐을 때 시장규율 또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통한 사후규제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등록제로 전환해 TV홈쇼핑 채널사업자가 증가했을 때 단기적으로 품질 미달 서비스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소비자의 윤리적 선택 중요해

구조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시장행위의 개선도 필요하다.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할 경우 페널티를 강화해야 한다. 관리감독의 강화를 통해 불공정한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적발됐을 때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른 TV홈쇼핑사 재승인 심사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해법은 소비자의 ‘힘’에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홈쇼핑을 이용할 때 소비자가 중요하게 꼽은 장점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추가구성ㆍ무이자 할부ㆍ반품ㆍ환불의 편리함 등이었다. 이런 속성은 유통에 있어 중요한 경쟁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경쟁력이 유통 효율성의 강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특정 당사자의 희생을 통해 이뤄진 거라면 장기적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단기적인 이익만 고려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건강한 유통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도와야 한다. 소비자들 역시 윤리적인 선택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윤리적 행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투명한 정보를 전달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jrh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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