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우리나라는 복수국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국적이라는 개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배타적인 감정이 없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그럼 국적법의 내용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 사람의 의식수준이 회복되지 않으면 각종 참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항공기 희생자를 추모하는 침묵행진.[사진=뉴시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생각’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군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기 전까진 인간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놀라운 주장이 사실이고 인간이 본래의 창조성을 회복한다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할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가자지구를 공습해 많은 민간인들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민간항공기가 우크라이나 반군의 미사일에 폭발했고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런 폭력과 전쟁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의식수준이 낮아진 데 원인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아직 창조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의식수준에도 큰 변화가 없다. 따라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하고 국경을 지키기 위한 군대를 두어야 한다.

국적법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국적법 제10조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으로 외국국적이 있는 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날로부터 1년 내에 그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5조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못박고 있다. 원칙적으로 복수 국적 취득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A씨 등은 “복수국적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한 국적법 제10조 제1항, 제15조 제1항, 제10조 제2항 제4호는 거주ㆍ이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단을 보자. “국적 상실 규정의 목적은 복수의 국적을 가질 경우 출입국ㆍ체류관리의 문제, 국민으로서의 의무 면탈, 외교적 보호권의 중첩 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의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헌재의 또 다른 판단근거다. “예외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고, 국적을 상실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의 사람이 영주의 목적으로 국적회복허가 신청을 해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복수국적이 허용된다. 국적상실 규정이 A씨의 거주ㆍ이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 헌재는 복수국적을 원칙적으로 불허함으로써 국적이라는 개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혼인빙자간음죄가 위헌결정을 받은 것처럼 국적법 조항도 지금과는 달리 판단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이 단군왕검에서 시작됐듯 인류도 하나의 근원에서 출발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모든 인류는 결국 형제자매다. 따라서 서로에게 적의가 아닌 사랑의 감정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식 속에서 본래의 창조성을 회복한다면 세금도 군대도 없고, 배타적인 감정도 없는 세상이 될 수 있다. 그때에는 헌재의 국적법 견해도 바뀌지 않을까.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haeng@hot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