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꿈과 현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짓는데 2조원의 혈세가 들어갔지만 그만큼의 성과는 건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관한 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서울시는 2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DDP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하다. ‘동대문을 디자인 메카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DDP의 목표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DDP는 초라한 ‘우주선 껍데기’로 전락할지 모른다.

서울 중구 을지로 5가 사거리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회색빛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이 건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올 3월 21일 개관한 DDP는 6월 29일로 100일을 맞았다. 서울디자인재단은 그동안 DDP를 다녀간 이들이 약 250만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서울시민 4명 중 1명이 다녀갔다는 얘기다. DDP는 일반 건축물이 아니라 일종의 예술작품이라는 점이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 “역사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등의 지적도 있었지만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이라는 점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더구나 건물 내부에 비치된 각종 가구들 역시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누구나 만지고 앉아볼 수도 있다.

이런 예술작품 안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펼쳐진다. 현재 DDP에는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 세트장 전시를 비롯해 영화 ‘아바타’ ‘반지의 제왕’ ‘킹콩’ 등에 쓰인 특수분장을 소개하는 웨타 전시전, 간송미술문화재단의 각종 미술품들을 볼 수 있는 간송문화전 등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DDP의 대관 일정은 1년치 예약이 다 찬 상태다. 이런 사실들만 놓고 보면 DDP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매년 1000억원의 경제유발효과’ ‘세계적 수준의 전시회 유치’ ‘동대문을 디자인의 메카로 만드는 중추 역할’ 등도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것들이 모두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왜일까.

대관료는 바가지, 위탁운영은 껌값

 
DDP는 크게 다섯 곳으로 나뉜다. 알림터(대형전시공간), 배움터(소형전시공간), 살림터(디자이너 인큐베이팅 공간), 디자인장터(일종의 지하상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다. 중요한 건 이 공간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는 거다. 그러니 운용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알림터에선 현재 ‘별그대 전시전’과 ‘웨타 전시전’ 등 대형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문제는 비싼 대관료다. 전시 대관료가 ㎡당 약 6400원이다. 코엑스와 킨텍스가 1900~2200원 선이라는 걸 감안하면 최소 3배 이상 비싸다. 전시 대관료보다 싼 공연 대관료를 적용(DDP는 전시 대관료와 공연대관료가 다름)해도 ㎡당 3200원으로 1000원 이상 더 비싸다. 면적과 가격을 대입해볼 때 DDP는 코엑스나 킨텍스보다 최소 월 9000만원에서 최대 월 2억원가량 비싼 셈이다. ‘별그대 전시전’ 관계자도 “동대문과 명동에 많이 몰리는 중국관광객을 타깃으로 삼기 위해 DDP에 들어왔다”며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이후에도 전시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DDP가 가진 예술적 가치를 고려한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에 대관료가 비싼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DDP의 한해 관리비는 약 300억원이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체 수입이 그 이상은 돼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DDP 개관 당시 “이미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 DD P에 운영비를 쏟아 부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때문에 서울디자인재단은 DDP를 통해 인건비 등을 포함해 한해 약 32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양한 일반 상가들이 입점해 있는 디자인장터의 임대료도 비싸다. 현재 이곳에는 26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약 20평(66㎡)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의 경우 보증금 3억원에 월 250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이 점주는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에 들어와 있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손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입점상인들은 비싼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지만 정작 DDP는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거다. 디자인장터의 이상한 운영구조 때문이다. 디자인장터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GS리테일에 운영을 위탁했다. 규모는 8010㎡(약 2427평)로, 알림터의 2배에 달한다. 그런데 GS리테일이 DDP에 지급하는 위탁운영수익은 한해 46억원에 불과하다. 국민 혈세로 지은 DDP에 대기업이 끼어 중간마진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살림터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디자인하우스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데, 총 4277㎡(1296평)의 면적을 내주고 DDP가 챙기는 수익은 연 15억원에 불과하다.

수익성 악화되면 건물 관리도 부실

수익성이 약한 것만이 아니다. DDP가 동대문을 디자인 메카로 거듭나도록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디자인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만든 살림터마저 제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살림터는 상품 판매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대문 상권을 살리는 동시에 동대문을 디자인 메카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DDP의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까.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DDP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부동산 계획 없이 지어졌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300억원에 이르는 유지비도 감당하지 못해 건물 관리까지 부실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DDP는 서울성곽까지 가려가며 탄생했지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사진=지정훈 기자]
DDP의 생존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경민 교수는 “대관을 풀가동 한다고 해도 기획 전시의 경우 경제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이 있고, 언제든 취소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없다”며 “더구나 엄청나게 비싼 대관료를 받는 상황이 계속되면 대관을 하는 쪽에서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관에 치중된 수익사업이 안정적이지도 않고, 가격도 비싸 결국 수요가 줄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다. 김 교수는 “수익성과 공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DDP를 짓는데 투입된 비용은 약 2조원이다. 토지매입비에 1조5000억원, 건축비에 약 5000억원이 들었다.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 비용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했다. 게다가 매년 수백억원의 유지비까지 투입해야 한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는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서울성곽의 일부가 나타나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작 1년도 채 안 되는 조사를 끝내고 결국 역사적인 유물인 서울성곽은 완전히 가리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DDP를 보며 마냥 ‘보기 좋다’고 즐거워 할 수 없는 이유다.

DDP의 역할은 명확하다. 더 이상의 비용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오는 창고 역할을 해야 한다.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이건 DDP의 숙명이다. 사업별 우선 순위와 목적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에 걸맞는 추진계획을 짜는 게 시급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DDP는 ‘우주선 껍데기’라는 조롱을 받을지 모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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