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보고서➋ 설문조사 前後 순위

‘사회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CSR 활동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사진=한진그룹 제공]
‘사회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CSR 활동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사진=한진그룹 제공]

‘포스코-삼성-SK.’ 설문 참여자들이 사회공헌활동을 가장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 기업의 순서다. 30대 그룹의 CSR 활동 내용을 다 읽어보게 하고 똑같은 질문을 다시 했다. 그러자 ‘한진-SK-삼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기업에 던지는 핵심 화두는 ‘사회와의 공생’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기업은 ‘사회와의 공생’을 위한 CSR 활동을 제대로 펼치고 있을까.

본지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어떤 기업이 CSR 활동을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두차례에 걸쳐 물었다. 첫번째는 30대 그룹의 구체적 CSR 활동을 보여주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일종의 사전조사이자 이미지조사였다. 두번째는 30대 그룹의 CSR 활동을 살펴본 뒤 물었다.

흥미롭게도 두 조사의 결과는 크게 달랐다. 사전조사에서는 ‘포스코-삼성-SK-현대차-CJ-NH농협-금호아시아나-두산-현대-KT-LG’ 순으로 나타났다. 점수 편차도 1위인 포스코가 78점, 10위인 LG가 12점으로 편중이 심했다. 하지만 그룹의 CSR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뒤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한진-SK-삼성-현대차-KT-포스코-CJ-NH농협-한국전력공사-LG-LH공사’ 순으로 나왔다. 점수 편차도 1위인 한진이 44점, 10위인 LH공사가 20점으로 확 줄었다.

결과가 달라진 데는 이유가 있다. 응답자들이 처음엔 ‘잘 하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기업에 점수를 줬다가 설문을 통해 양질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기업을 접하면서 생각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응답을 바꾼 계기는 무엇일까. CSR 활동의 취지가 ‘기업이미지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사회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가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30대 그룹의 CSR 활동이 ‘사회문제 해결(22.9%)’보다는 ‘기업이미지 제고(44.1%)’에 가깝다고 밝혔다.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CSR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판단한 기업은 ‘신세계-CJ-동부-대우조선해양-한화-금호아시아나-롯데-삼성-두산-현대-현대차’ 순이었다. ‘사회문제해결’에 가깝다는 기업은 ‘한국전력공사-NH농협-LH공사-한국수자원공사-KT-한국석유공사-SK-OCI-한국도로공사-한진-현대중공업’ 순이었다.

포스코의 순위는 1위에서 6위로 뚝 떨어졌다.[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순위는 1위에서 6위로 뚝 떨어졌다.[사진=포스코 제공]

문제는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기업 중 최종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 받은 상위 10곳에 속한 기업은 삼성과 CJ 단 두곳뿐이었다는 거다. 반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기업 중에서는 한진ㆍSKㆍKTㆍNH농협ㆍ한전ㆍLH공사까지 총 6곳이 포함됐다.

특히 10위권 밖 기업들도 ‘기업이미지 제고’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최종 평가 순위에서 뒤로 밀리거나 점수가 낮아졌다. 결국 기업의 CSR 활동은 기업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해야 ‘잘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CSR활동을 적절히 포장하는 건 좋지만, 가면을 씌워선 안 된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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