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의 골프 토크

라운드를 하다 보면 거리 부담을 느끼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많다. 이글과 버디 욕심으로 쉽게 빼드는 것도 3번 우드다. 그러나 3번 우드는 잘 맞은 샷보다 기억하기 싫은 샷이 더 많다. 잘만 치면이라는 욕심이 오히려 화를 부른 것. 무모한 도전 1타가 그날의 골프(스코어)를 망치게 만든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3번 우드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리고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제일 어려워하는 골프클럽도 3번 우드일 것이다. 실제로도 다루기 어려운 장비 중 하나다. 3번 우드를 잘 쓰면 고수라는 말도 있다. 3번 우드와 관련 아마추어 골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보자. 드라이버 티샷이 약간 빗맞으며 비거리가 줄었다. 250야드는 날려야 했는데 220야드 정도 날아갔다. 뭐 나쁘지 않은 비거리다.

‘잘만 치면…’ 유혹이다

하지만 동반자 가운데 비거리가 가장 짧았다. 이럴 때 세컨드샷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바로 페어웨이 우드 3번을 빼든다. 볼이 놓인 상태 등은 안중에 없다. 세컨드샷으로 온 그린을 시키겠다는 일념이 머리를 지배한다. 아마추어 골퍼들 중에는 유틸리티 또한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공을 뛰우기는 쉬운 반면 아무래도 거리를 더 내기에는 약간 모자란 감이 있다. 3번 우드를 선택하는 이유다. 이는 골프를 잘 못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특징이다.

▲ 도전적 게임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3번 우드의 유혹도 그중 하나다. [사진=뉴시스]
핸디캡 16인 K씨를 보자. 전반 9홀 플레이가 생각보다 잘 풀렸다. 6번 홀까지 파 2개에 보기 4개였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자신의 핸디캡보다 스코어가 잘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붙은 K씨는 파5 7번 홀(490야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날렸다. 퍼펙트한 드라이버 샷이었다. 드라이버 티샷이 거리는 많이 나가고 페어웨이로 잘 안착했다. 그러나 볼이 놓인 위치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내리막 경사에 볼이 멈춰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K씨는 잠시 망설였다. 클럽 선택을 고민하는 눈치였다.

K씨는 결심을 한 듯 페어웨이 우드 3번을 뽑아 들었다. 잘만 치면 2온으로 이글까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안 돼도 볼을 그린 근처까지만 갖다 놓으면 버디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K씨의 계산은 틀린 게 아니다. 문제는 K씨가 페어웨이 우드 3번에 약하다는 것이다. 그가 툭하면 OB(Out of Bound:장외)를 내는 게 페어웨이 우드 3번이다. K씨가 이 페어웨이 우드 3번으로 친 두 번째 샷은 결국 OB가 나고 말았다.

K씨는 OB가 날 수 있다는 것보다 ‘잘만 치면…’이라는 가능성을 더 믿었던 것이다. 또한 ‘오늘 베스트스코어도 가능하다’는 유혹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두 번째 샷이 OB구역으로 날아가자 K씨의 그날 골프는 종을 친 셈이 됐다. 그 홀에서 K씨는 3퍼트까지 보태며 트리플보기를 기록했다. 이글 아니면 버디 욕심이 트리플보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골프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이후 K씨의 플레이는 엉망진창이 됐다. 베스트스코어까지 바라볼 만큼 잘 되던 골프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K씨는 ‘골프(스코어)를 망치는 것은 단 1타다’라는 사실을 귓등으로 들었거나 몰랐던 결과다. 골프 조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가급적 도전적인 게임을 운영하라다. 또 있다. 무모한 도전은 게임을 망친다. 도전적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무모함과 도전은 다르다. 또한 한번 흐트러졌을 때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자세도 중요하다. 골프는 육체적인 운동이자 정신적인 운동이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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