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배의 音樂別曲

▲ 추억의 노래가 음악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추억의 음악이 유행하고 있다. 추억의 노래는 대중의 관심을 음악으로 돌리고 세대와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추억에 갇힌 채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과 예전 것이 공존해야 문화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누구에게나 추억의 음악은 있다. 가슴 시린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 특정한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 있을 것이다. 길을 걸어가다가 혹은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문득 이런 음악을 듣게 되면 사람들은 추억에 빠지곤 한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추억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예전의 추억이 떠오르고 뭔지 모르게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기는 경험을 한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주름잡던 스타들의 복귀가 이어지고 있다. 추억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방송에서도 예전 가요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콘서트7080’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등의 음악 프로그램은 시청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게다가 예전 그대로의 원곡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세련된 편곡으로 다시 들려주니 원곡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으로 들을 수 있어 더 흥미롭다.

이로 인해 10대에만 머물러 있던 음악 프로그램이 더 다양한 세대에게도 호응을 얻게 됐다. 최근에는 예전의 가요를 리메이크하는 아이돌 가수도 늘고 있어 10대와 기성세대가 음악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대중이 다시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게기가 된 것 같아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중이 새로운 음악을 접할 때 느끼는 거부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대중의 귀가 너무 익숙한 것에 길들여져 새로운 멜로디를 거부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 결과, 이제는 대중의 귀를 자극하기 위해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기보다 익숙한 멜로디의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흥행의 공식이 된 듯하다. 이런 모습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어린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의 관심을 받기위해 그들 세대의 음악을 오디션 곡으로 선곡하고 있다. 이는 익숙한 음악을 들려줘야 관심을 받기 쉽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음반 관계자 또한 가수에게 안전한 리메이크 앨범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미 흥행성을 인정받은 곡을 리메이크하면 웬만하면 망할 염려가 없어서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익숙한 음악과 새로운 음악사이의 균형이 깨진 것 같다. 즉흥 연주와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재즈 연주자인 필자조차도 옛날 가요를 편곡하고 연주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대중 역시 새로운 음악보다는 편곡 작업을 한 익숙한 음악을 더 좋아한다. 이는 대중이 음악에 관심을 갖는다는 면에서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예술인이 추구해야 할 창의적인 측면에서는 회의가 드는 일이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야 할 음악인이 자신의 창의성을 감추고 옛날 음악을 짜깁기 하고 심지어는 이를 위해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심해지면 문화는 발전할 수 없다. 새로운 문화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이전의 문화와 순환해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점점 후퇴하고 있다는 기분마저 들고 있으니 우려스러운 일이다. 듣는 사람의 추억이 녹아 있는 음악은 소중한 음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추억 속에 갇혀 과거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jazzinb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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