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머니트렌드

▲ 일본 버스에도 노약좌석이 있다. 여기엔 노약자를 제외한 누구도 앉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선진국일수록 엄격한 법규를 갖고 있고, 그 법규를 잘 지킨다. 반대로 후진국일수록 법규는 있지만 지키는 이가 드물다. 목소리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힘 있는 이들은 어떨까. 규제를 풀어주면 그 환경을 건전하게 운영할까.

우리나라 유명 인기그룹 자자의 ‘버스 안에서’처럼 참으로 황당한 일을 소개하려니 웃음부터 나온다. 일본의 모든 대중교통 수단에 노약자를 위한 자리가 있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린 탓에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이다. 필자가 홀로 일본 배낭여행 중 교토京都에서 있었던 일이다. 저녁 6시, 교토역에서 ‘교토유스호스텔’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교토중앙역이 종점이어서 버스에 승차했을 때 모든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래서 운전석 두칸 뒤에 자리를 잡았다. 내릴 곳을 운전사에게 물어볼 요량이었다. 4~5개 정거장을 지났을까. 많은 샐러리맨이 탑승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사람들이 타도 텅 빈 필자의 옆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분명히 옆자리가 비어 있음에도 그랬다.

사회문제 ‘인’으로 해결해야

이상하다 싶어 두리번거리니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한문으로 쓰여 있는 ‘노약자석’이라는 문구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누군가 필자의 옆자리에 은근슬쩍 앉지 않았을까. 그런데 교토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다. 필자의 눈과 마주치는 사람들도 없었다.  필자는 교토 사람들이 법규범을 지키는 모습을 존경스런 눈으로 쳐다봤다. 일어나기 창피했던 연유도 있었다. 한참을 지나 필자 옆에 한 노인이 앉았고, 영어로 이렇게 물었다. “어디서 왔습니까. 또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노인이었지만 지식인처럼 보였다. 또박또박 필자의 행적과 여행할 곳을 알려 주니 몇 정거장이 지난 후 내리라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즐거운 여행, 유익한 여행이 되길 빈다’는 덕담까지 건넸다.  교토 버스 안에서 필자는 일본인의 매뉴얼 준수 모습을 목도했다. 노약자석은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임산부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지역이다. 누구나 아는 내용을 묵묵히 실천하는 교토 사람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늦은 귀가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나이가 50대만 되더라도 빈 노약자석에 버젓이 앉아 신문을 보거나 잠을 청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당신은 피곤한 퇴근시간에 빈 노약자석을 보고 앉을건가, 아니면 그냥 서서 집까지 갈 것인가.  일본에는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규가 상당히 많다. 흥미롭게도 자전거를 탈 때도 지켜야 할 법규가 있다.

▲ 자전거를 타면서 휴대전화, 흡연, 개와 함께 산보를 할 수 없다 ▲ 추월할 때는 제외하고 나란히 가는 것을 금한다 ▲ 음주운전을 금지한다 ▲ 다른 차량에 매달려 가는 행위를 금한다 ▲ 자전거 주차공간에서만 주차가 가능하다 ▲ 아무데나 주차하게 되면 주차위반딱지를 받는다.  자전거가 이 정도인데, 차량은 어떨까. 물론 더 엄격하다. 지정속도를 어기면 벌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입건도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차를 소유해도 속력을 내지 못한다. 사고가 나는 날이 바로 머리 아픈 기간의 연속이 된다. 경찰조사를 꽤 길게 받아야 하고, 경찰조사가 끝나야 보험처리를 진행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 국민들은 정말 법규를 잘 지킨다. 일본만이랴. 선진국일수록 엄격한 법규가 있고, 그 법규를 잘 지킨다. 반대로 후진국일수록 법규는 있지만 지키는 이들이 드물다.

무분별한 규제완화, 괜찮나

박근혜 정부가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진행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소비자 중심으로 규제를 더욱 철저히 시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만 무조건 규제완화를 이야기한다. 부분별로 적절한 규제 속에 자유로운 경제가 될 수 있도록 선별하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 사용자의 의견을 따라야 할 것이라 본다. 더 중요한 건 각종 규제가 풀렸을 때 목소리 또는 힘이 센 자가 그 환경을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있느냐다.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어쩌면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할 지 모른다. 교토에서 느낀 바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