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와 체감물가 괴리 이유

정부는 물가가 낮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국민은 물가가 높다고 아우성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한가지 확실한 건 국민에게 물가는 현실이고, 정부엔 수치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책도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봐라. 수박 한 덩이가 2만8000원이고, 복숭아 10개들이 한 상자가 3만2000원이다. 이게 싼 거냐. 근처에 재래시장이 없어서 마트에 오는데 이게 물가냐. 폭탄이지.” 대형 마트에서 물가가 내려간 것을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50대 가정주부의 답변이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1.6% 상승하는데 그쳤다. 물가가 안정돼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서민이 물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올 7월말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자본주의에서 물가는 계속 올라야 한다. 물가가 정체되거나 떨어진다는 것은 화폐가치가 높아진다는 말인데, 화폐가치가 높아지면 소비가 따라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낮아지니까 ‘일단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정부가 ‘물가가 올라야 하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괴리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물가상승률이 왜곡돼 있어서다. 예를 들어 식료품은 2009~2011년 평균 7.3%대로 치솟았다가 지난해에야 0.9%로 상승폭이 뚝 떨어졌다. 이전에 올랐던 상승률은 쏙 빠지고 0.9%만 부각된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낮은 것도 괴리가 생기는 이유다. 임금은 몇 년째 그대로인데, 한번 올랐던 물가는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김현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위원장은 “국민은 가계소득과 최근 몇년 사이에서의 물가상승폭을 염두에 두고 현재의 물가를 바라보지만, 정부는 전월과 전년 대비 물가상승폭만으로 물가를 바라본다”며 “괴리가 생기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9~2013년까지 5년간 실질임금 상승률은 평균 1.26%에 불과했다. 하지만 물가지수에 반영되는 품목들은 주류ㆍ담배(1.1%), 오락ㆍ문화(1.2%)를 제외하고 정부 실질임금 인상률보다 높았다. 특히 생활물가지수에 반영되는 농ㆍ축ㆍ수산물 물가상승률은 5.6%, 식료품은 5.4%나 올랐다. 김현아 위원장은 “이처럼 괴리가 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소득 증대 없이 금리인하만으로 내수를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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