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신세 삼성전자

▲ ‘스마트폰 왕국’삼성전자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쟁자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샤오미ㆍZTE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IT 업체들마저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문제는 자체  운영체제(OS)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타이젠 OS를 도입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하는 구글의 심기만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를 향한 미국 IT 업체들의 공격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걸고 나서면서 미국 IT 업체들의 ‘삼성 끌어내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성장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IT 업체들의 잇따른 공격은 삼성전자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MS는 지난 1일 삼성전자를 특허 사용권 계약 위반을 이유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MS는 소장에서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쓰면서 로열티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연체이자도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데이비드 하워드 MS 법률부문 부사장은 소송을 제기한 당일 자신의 블로그에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요 업체가 된 후인 2013년 말부터 양사가 맺은 협약을 준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글을 올리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MS는 2011년 삼성전자와 ‘크로스라이선스(상호특허사용)’ 계약을 맺고 삼성전자로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았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한대당 5달러의 로열티를 내기로 한 HTC보단 유리한 조건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1~2013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6억4000만대다. 대당 4달러로 계산해도 MS에 지불한 돈이 25억6000만 달러(약 2조64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MS 사이 왜 틀어졌나

삼성과 MS간 계약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M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하자 로열티 지급을 중단했다. ‘삼성전자가 MS의 노키아 인수로 계약내용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게 MS 측의 논거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MS가 먼저 계약을 위반했다”며 반박했다. 2011년 당시 크로스 라이선스는 ‘제조사’ 삼성과 ‘모바일 OS 업체’ MS 간의 계약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노키아 인수 후엔 당연히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결국 MS에 로열티를 지불하게 됐고, MS는 로열티 관련 연체이자까지 지급하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업계는 MS와 삼성전자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시점을 ‘노키아 인수 후’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MS가 노키아 인수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를 ‘동반자’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호특허사용 계약으로 인해 MS가 스마트폰을 생산하게 되면 그만큼 삼성전자의 특허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MS가 특허가치를 다시 정산해야 한다는 게 삼성 쪽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지급하지 않았다는 로열티의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판매량 3억1200만대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연간 30억 달러, 약 3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구글과도 관계가 틀어진 모습이다. IT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의 타이젠 개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구글 심기도 ‘불편’

구글은 삼성전자와 애플간 소송전에서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줄 정도로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삼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본격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구글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의 샤오미 등 저가폰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애플과 진행 중인 특허소송을 철회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내 소송은 그대로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2011년 4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로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10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을 벌여왔다.
 
2011년 4월 애플이 특허침해를 이유로 삼성전자를 제소하며 시작된 양측의 미국 1차 소송은 올 초 ‘삼성전자가 애플에 9억2900만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이후 양측 모두 항소했으나 애플은 지난 7월말 취하했다. 이에 따라 1차 소송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배상금 부문 등만이 남은 채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2차 특허소송에서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두 상대방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2만 달러(약 1232억원), 애플은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약 1억6300만원)를 배상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MS간 소송은 상징적인 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성장은 둔화되고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체 OS를 성공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앞으로도 세계 IT 기업들의 견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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