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 미치는 영향

▲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가 발생했지만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예상은 빗나갔다. 아르헨티나 디폴트의 후폭풍이 생각보다 약하다. 잠시 하락세를 띠던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디폴트 사태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노력도 안정에 한몫하고 있다. 이제 ‘기술적 디폴트’를 해결할 일만 남은 듯하다.

아르헨티나는 7월 30일 미국 헤지펀드사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기술적ㆍ부분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을 맞았다. 시장은 디폴트의 영향으로 물가상승, 대량실업 등 경기침체와 사회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디폴트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흐른 8월 6일 현재까지도 시장엔 별다른 동요가 없다. 주식ㆍ환율시장도 디폴트 발생 직후 이틀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다시 예전 상황으로 회복하고 있다.

디폴트 첫날 급락했던 메르발지수의 하락세는 멈췄다. 달러환율의 상승세도 0.7% 상승하는 데 그쳤고 블루 달러환율(암환율)의 상승세도 0.4%에 불과했다. 이번 디폴트는 지불능력부족으로 발생한 2001년 전면적 디폴트와 성격이 다르다. 채무상환능력이 있지만 미국 법원의 판결 때문에 발생한 ‘기술적 디폴트’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디폴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아르헨티나 국민도 미국 법원과 헤지펀드들의 무리한 요구로 발생한 ‘해프닝’이라 생각하며 별다른 일이 없다는 듯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UN 산하 라틴아메리카 카비르 경제위원회(CEPAL)는 “아르헨티나가 아직 공식적으로 디폴트에 빠지지 않았으며 단지 법적 소송에 직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 법원과 뉴욕 법원이 내세운 협상중재인 대니얼 폴락에게 돌리고, 토마스 그리에사 판사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헤이그 국제재판소에 제소했다. 아울러 뉴욕 증권감독위원회에 아르헨티나 디폴트 스와프 보험상품이 얼마만큼 거래되고 있는지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브릭스(BRICs)ㆍ남미국가연합(NUASUR) 등도 아르헨티나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어,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전망이다.

물론 디폴트 사태가 장기화되면 실물경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국제거래 금융혜택 중단, 수입 대금결제 지연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디폴트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다행히 아직까진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디폴트 장기화를 막기 위해 경제ㆍ산업 활성화 정책을 펴는 한편 내수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추가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추가적인 임금 인상과 소득세 기준을 완화해 임금에 미치는 이번 사태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이 아르헨티나 로컬기업과 한국기업은 디폴트 사태 발생 이후에도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와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디폴트 이전과 다름없이 영업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기관들은 이번 사태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디폴트 해소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역금융ㆍ무역보험ㆍ해외마케팅 지원 등 우리나라 기업에 필요한 지원을 섣불리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헤지펀드 채권단과의 추가적인 협상 방안이 발표될 때까지는 현지 공관이나 코트라 무역관과의 협의를 통해 업무를 추진할 필요도 있다.
박종근 코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 pjk7890@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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