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이마트 경영총괄부문 대표

▲ 성장통을 겪고 있는 이마트에 상생모델과 신성장동력이 절실하다. 김해성 이마트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사진=뉴시스]
이마트가 ‘실적부진의 늪’에 빠졌다. 경기 불황에 소비가 위축된 탓이다. 정부 규제도 이마트의 발걸음을 잡아채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서민의 지갑을 열며 승승장구하던 이마트. 새로운 ‘성장동력’과 ‘상생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김해성 경영총괄부문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해성 이마트 경영총괄부문 대표는 지난 3월 1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온ㆍ오프라인 채널 간 경쟁 심화, 정부 규제 강화 탓에 힘든 한해를 보냈다. 총 매출은 10조7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고 영업이익도 7592억원으로 2% 감소했다.” 1993년 서울 창동에 1호점 문을 이마트의 지난해 성적은 암울했다. 20년 만에 최초로 마이너스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마트의 6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31.5% 줄어들었다.  이마트 측은 이런 부진한 성적이 소비침체와 정부규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형마트ㆍ기업형슈퍼마켓(SSM)은 신규출점ㆍ영업시간 규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달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 사실상 영업일수가 줄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창구가 작아진 셈이다. 신규출점도 가로막혔다. 지난해 이마트의 신규 출점은 2곳에 불과했다. 올해엔 일산풍산점과 양산점(트레이더스 8호)을 오픈하는 데 그쳤다.

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일까. 지난해 11월 이마트는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변화를 꾀했다. 이마트 대표이사직을 경영총괄부문과 영업총괄부문으로 나눠 ‘투톱 체제’로 꾸렸다. 허인철 이마트 전 대표가 영업총괄부문 대표, 김해성 대표가 신세계 전략실장과 경영총괄부문 대표를 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런데 올 3월 허 전 대표가 이마트 대표직을 돌연 사임했다. 허 전 대표는 신세계그룹의 재무통으로 사임하자마자 오리온그룹의 부회장으로 선임될 만큼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빈자리를 이갑수 영업총괄 대표가 메우고 있지만 김해성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될 만한 브랜드를 선별하는 데 탁월한 눈을 갖고 있다. 주도면밀하게 인수ㆍ합병(M&A)을 진행하거나 영업권을 확보하는 능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 신세계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사업부 부장과 상무ㆍ대표를 거친 그는 2011년 패션브랜드 ‘톰보이’를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지방시’ ‘아르마니’ ‘막스마라’ 등 해외브랜드 영업권을 따냈다.

지금은 계약이 종료된 ‘코치’ 판권을 따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임채운 서강대(경영학) 교수는 “김해성 대표는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고 전략적”이라며 “이마트의 글로벌 사업이나 신규사업 등에서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과거 이마트는 운영 면에서는 뛰어났지만 신사업 등에서는 갈등이나 저항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김 대표가 이런 부분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취임 이후 이마트에서 나타난 변화는 신사업 진출이다. 지난해 말 위드미를 인수한 이마트는 지난 7월 편의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마트는 위드미의 운영회사 위드미에프에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운영은 위드미에프에스가 자체적으로 하지만 이마트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화 상태의 편의점 시장에 뛰어든 만큼 출점 전략은 남다르다. 로열티ㆍ24시간 심야영업ㆍ중도해지 위약금 등 점주에게 부담이 되는 세 가지 조건을 없앤 3무無정책을 내걸었다.

CEO ‘투톱체제’ 효과 볼까

130개가 넘는 점포수를 올해 말까지 1000개로 확대하고 2~3년 후에는 25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밑그림도 그렸다. 주요 공략 대상은 기존 대기업 편의점 점주다. 현재 국내 편의점은 2만5000여개인데 기존 점주들에게 ‘당근’을 제공해 위드미로 갈아타게 만들겠다는 거다. 그런데 시장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위드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성공적인 확장을 위해서는 창업주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검증된 수익모델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존 경쟁업계를 넘어서는 것도 과제다. 김상현 영남대(경영학) 교수는 “편의점 업태는 대형마트와 기본적으로 물류시스템 등이 다르다”며 “GS리테일(GS25)ㆍBGF리테일(CU) 등의 강력한 경쟁자가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편의점 업계가 장기간 구축한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드미가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는 거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7월 22일 “신세계그룹은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위드미가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별 다를 게 없는 구조로 여전히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회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상품공급점이 문제가 됐다.
 
상품공급점은 중소 슈퍼마켓에 상품공급뿐만 아니라 간판 부착ㆍ유니폼ㆍ포스지원ㆍ경영지도까지 대행해줘 ‘변종 SSM’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가 되자 이마트는 기존 상품공급점을 상품취급점으로 이름을 바꾸고 기존의 간판 대신 지름 50cm의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게다가 자회사 ‘에브리데이리테일’의 인터넷몰 ‘이클럽’을 통한 도매사업은 중소도매상인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클럽은 인터넷몰을 통해 중소상인들에게 도소도매업자(대리점)가 소매업체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20~30% 저렴하게 상품을 공급한다. 현재 전국 6500여개 중대형 개인마트(상품공급점)가 이용 중이다. 김영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사무국장은 “업체들이 대리점에 이클럽 가격을 제시해 대리점 공급가의 무리한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마트의 도매사업 진출로 중소유통 도매업이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규제와 관계없이 대형마트를 떠나는 고객이 늘고 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상품공급점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골목상권 침해논란으로 지난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사진=뉴시스]
이마트엔 치명적이다. 매달 줄어드는 구매건수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대형마트 업계 구매건수는 매달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임채운 교수는 “규제도 문제지만 대형마트 점포수가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 정체됐다”며 “대체 유통채널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말처럼 대형마트 업태와 달리 편의점이나 온라인 업태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매출성장률은 2012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감소세다.

상생에 실적까지, 김 대표의 숱한 과제

온라인으로 소비가 넘어가고 있는 것도 위협요인이다. 김상현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나이 많은 소비자들도 온라인 구매를 즐기고 있다”며 “앞으로도 물건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로 가는 소비행태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온ㆍ오프라인을 결합을 통해 변화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것이 숙제”라며 “이마트가 얼마나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물론 이마트는 ‘신선식품’을 내세운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적자폭이 훨씬 크다.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온라인쇼핑의 식품 판매 비중이 커지고 있고 아마존ㆍ알리바바까지 상륙해 해당 시장마저 잠식하면 경쟁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김해성 대표. 그와 이마트가 심판대에 섰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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