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업계의 맘 이코노미

‘전자상거래 업체가 젊은 엄마 고객 잡기에 혈안이 됐다. 이들 업체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패키지 상품 판매는 물론 시기별로 필요한 상품도 추천해 준다. 배송도 빠르다. 그날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배송되는 식이다.

▲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유아동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경기도 안양시 범계동에 거주하는 구현진(32)씨. 그는 최근 옥션의 베이비플러스에 가입했다. 회원가입 정보에는 아이의 출산여부와 아이가 태어난 날, 그리고 성별을 기록한다. 태어난 연도ㆍ월ㆍ날짜를 기입하고 아이의 이름까지 입력하면 회원가입 절차가 끝난다. 회원가입을 하면 홈페이지에 필요한 상품 목록이 뜬다.

생후 30일 된 김씨의 아이에게 ‘흑백모빌’ ‘바운서’ ‘목보호 쿠션’ 등 필요한 제품이 화면에 뜬다. 바운서를 클릭하니 다양한 판매자의 상품이 뜬다. 인기상품 순서대로 정렬돼 있어 비교도 쉽다. 상품별 판매수량과 리뷰도 살펴볼 수 있다. 생후 2개월차가 됐을 때 필요한 상품도 미리 추천해 준다. ‘목욕스펀지’ ‘아기욕조’ ‘초점책’ 등이다. 초보맘 구씨에겐 유용한 서비스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김효진(33)씨. 아침부터 3개월 된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기저귀를 갈아달란 거다. 그런데 남은 기저귀가 두개뿐이다. 김씨는 고민에 빠진다. 동네 슈퍼마켓에 가자니 가격이 비싼 것 같고 100일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대형마트까지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김씨는 쿠팡의 유아용품 로켓배송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전 9시쯤 주문한 기저귀가 놀랍게도 당일 오후 3시쯤 집으로 도착했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는 by 쿠팡로켓배송’이라고 박스에 적힌 그대로다. 가격도 만족스럽다.

그가 구매한 하기스 프리미어 기저귀(신생아용ㆍ70매×3팩)는 4만4090원, 장당 210원이다. 이마트에선 70매짜리가 2만700원, 개당 296원꼴이다. 젊은 주부 고객을 노린 전자상거래 업체의 움직임이 노련해지고 있다. 유아용품 전문 카테고리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한편 최저가를 내세워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배송 서비스 역시 날로 진화하고 있다. 옥션은 올 4월 14일 출산ㆍ육아용품을 월령별-성장단계별로 추천하는 전문서비스 ‘베이비플러스’를 론칭했다.

회원가입 시 출산예정일ㆍ아이 성별ㆍ출생연월 등 정보를 입력하면 아이 성장단계별 필수 상품군을 추천해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저귀ㆍ물티슈ㆍ분유의 경우 원하는 브랜드 제품을 등록하고 알림주기를 설정하면 그때그때 원하는 상품을 가장 싸게 제공하는 판매자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론칭 2개월이 조금 지나는데 회원수는 10민명을 돌파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유아동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 옥션의 경우 올 1월부터 6월 23일까지 육아용품 판매량이 전년대비 평균 35% 신장했다. 같은 기간 기저귀 판매량은 전년 동기비 25%, 분유(20%), 이유식(15%) 등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의 올 상반기(1월~5월) 유아동 매출은 2012년 매출의 3.6배, 전년 동기비 278% 성장했다. 또 상반기 전체 베스트 10위 중 4개, 모바일 베스트 10 중 6개가 모두 유아동품이었다.

 
온라인몰 큰손은 젊은 주부

올 5월 쿠팡에서 팔린 기저귀 수만 약 25만개, 물티슈는 4만6000개 이상 팔렸다. 분유는 2만7000통 이상 판매됐다. 최근 몇년간 온라인몰을 통한 유아동품 거래량 추이를 봐도 빠른 성장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온라인몰을 통해 거래되던 유아동품 전체 거래액은 1조791억원에서 지난해 1조5229억원으로 29%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1조2787억원) 대비 1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컴퓨터 및 주변기기 전체 온라인몰 거래액은 2조5149억원에서 2조2716억원으로 오히려 9.7% 감소했다.

최근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드는 데 온라인몰을 통한 유아동품 거래액은 계속 늘고 있는 거다. 이유가 뭘까.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배송이 가장 큰 이유다. 한 주부 고객은 “요즘 주변에서 기저귀나 물티슈 등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며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힘들게 쇼핑할 필요가 없고 배송도 총알 같아 이용한다”고 밝혔다. 실제 유명 브랜드의 기저귀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50%까지 저렴하다. 기저귀, 물티슈 역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 전자상거래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들 상품을 제돈주고 사면 ‘바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쇼핑이 가능한 것도 이유다. 유아동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 상당수는 20~30대 여성이다. 일례로 위메프의 전체 유아동품 매출 중 86%가 20~30대 여성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이들 고객은 아이를 돌보느라 쇼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육아에 메여 몸을 움직이는 것도 여의치 않다.

 
과거와 비교해 전자상거래 업체의 배송이 빨라진 것도 이유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경우 파주에 자체 물류센터를 두고 지난해 7월부터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부 생필품과 유아동 상품에 한해 오전에 주문하면 서울, 인천과 일부 경기 지역에 한해 당일 오후까지 배송해준다. 일명 ‘로켓배송’ 서비스다. 로켓배송 상품 매출 중 기저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고 분유와 수유용품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11번가는 결제 후 상품 배송이 이틀을 넘기면 지연되는 기간에 따라 마일리지를 보상해주는 ‘배송지연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위메프는 6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유아동 카테고리에 한해 무료반품, 무료교환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빠른 배송도 ‘한몫’

전자상거래 업체가 유아동 상품 판매에 집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매출이 보장된다. 보통 6개월 미만의 신생아의 경우 하루에 10장 이상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고 분유는 한달에 5~6통 먹는다. 물티슈 역시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상품 중 하나다. 유모차바운서ㆍ수유용품 등도 출생과 동시에 구매를 고려하는 상품들이다. 이 때문일까. 대형마트도 질세라 온라인몰을 내세워 유아동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유아동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마트는 온라인몰을 통해 주기적으로 원하는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정장남(정기적으로 장봐주는 남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개월 미만’ ‘12개월 미만’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필요한 상품을 2주 단위로 묶어 파는 정기배송 패키지도 있다. ‘기저귀ㆍ분유ㆍ보리차ㆍ물티슈ㆍ생수’ 등을 2주 패키지로 묶어 파는 식이다. 홈플러스는 매주 기저귀부터 로션ㆍ분유ㆍ물티슈 등의 다양한 상품을 특가에 팔고 있다.

해외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은 직구 초보자들을 위해 인기 해외상품의 구매부터 배송까지 해주는 ‘테일리스트’ 사이트를 운영 중인데 여기에 유아동품 전문관(가칭)을 따로 만들어 선보일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자상거래 업체 간 유아동품 판매 경쟁을 치열해질 것”이라며 “최근에는 기저귀, 분유 같은 상품뿐만 아니라 고가의 유아동 상품의 판매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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