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법원은 “반품이 안 된다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이 성사되면 반품을 요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한동안 많은 남편이 매물로 나온 적이 있다. 아내들이 SNS를 통해 남편을 팔겠다고 내놓는 통에 뭇 남편들이 머쓱해졌었다. 그 내용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나, 오늘의 주제와 관련이 있으니 이를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제목, ‘남편을 팝니다’. 내용은 이렇다. ‘사정상 급매합니다. 예식장에서 구입했습니다. 구청에 정품 등록은 했지만 명의 양도해 드리겠습니다. 아끼던 물건인데 이젠 유지비도 많이 들고 성격 장애로 급매합니다. 상태를 설명하자면 구입 당시 A급인 줄 착각해 구입했습니다. 마음이 바다 같은 줄 알았는데 잔소리가 심하고, 만족감도 떨어집니다. 음식물 소비는 동급의 두 배입니다. 하지만 외관은 아직 쓸 만합니다. 사용설명서는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읽어 봐도 도움이 안 됩니다. AS는 안 되고 변심에 의한 반품은 절대 안 됩니다. 사은품도 드립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입니다.’

이 글에서 아내는 ‘AS와 반품은 절대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매매목적물에 흠이 있더라도 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누군가 받아들여 매매계약이 성사됐다면 실제로 AS나 반품을 요구할 수 없는지 의문이다. 이는 민법의 담보책임 규정을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매매목적물에 하자(흠)가 있다는 것을 매수인이 아무런 과실過失 없이 몰랐다면, 매수인에게 하자 있는 목적물을 떠안도록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래서 민법은 목적물의 하자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목적물의 하자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면 매수인은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라 한다. 그런데 당사자 사이에서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더라도 담보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을 했다면 이는 유효하다고 본다.

담보책임에 대한 이해를 위해 사례를 더 살펴보자. A씨는 모은행이 매각을 위임한 성업공사로부터 임야를 낙찰받았고, 낙찰일에 계약금을 지급했다. A씨는 임야를 목축지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임야가 개발제한구역에 있었지만 허가를 받으면 목축지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매매계약 당시 그 임야가 공원예정지로 지정돼 있었고, 그 후 묘지공원으로 확정됐음을 뒤늦게 알았다. 공원예정지로 지정돼 있으면 묘지와 부대시설 외 시설을 만들 수 없다.

문제는 해당 임야가 공원예정지로 묶인 사실을 성업공사가 A씨에게 공지하지 않은 것이다. A씨는 매입한 임야를 목축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었다. 이에 따라 A씨는 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했고, 법적조치에 착수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목축지로 사용하기 위해 토지를 매수한 사람이 공원예정지로 지정된 걸 몰랐고, 개발제한구역에 있더라도 허가를 받으면 목축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수인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물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매매계약은 해제됐고, A씨는 계약금을 돌려받게 됐다.

우리의 사례를 보자. 누군가가 매물 남편을 샀다면 ‘AS는 안 되고 변심에 의한 반품도 절대 안 된다’라는 말에 동의한 것이므로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을 한 것이다. 따라서 AS나 반품을 요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요즘 남편들은 아내 마음에 들기가 무척 어렵다고 토로한다. 어찌 보면 인과응보일지 모른다. 남편이 오랜 세월 아내에게 잘못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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