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위기 나비효과

▲ 팬택 협력사협의회 회원들이 밀려 있는 대금 지급 등으로 줄줄이 도산 위기에 몰려 있다며 팬택지원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제3자 매각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부채를 털어낼 수 있어 팬택 인수를 검토해온 해외 업체들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팬택의 위기가 국내 스마트폰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이유다.

팬택의 기술력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외 특허 4800여건을 비롯해 지식재산권 1만8700건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동작인식 LTE폰, 지문인식폰은 팬택의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대표 제품이다. 스마트폰 뒷면에 터치패드 기술을 국내 최초로 탑재한 곳도 팬택이다. 하지만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5월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총계는 4897억4400만원인 데 반해 장단기 차입금 등 총부채는 9906억9200만원에 달한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도 84억8200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자금난이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 이유다.

시장은 팬택 위기가 국내 스마트폰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530억원 규모의 팬택 지분을 매입한 삼성전자는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팬택의 총 발행주식의 10%를 취득, 퀄컴(11.96%), 산업은행(11.81%)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섰다. 하지만 팬택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그 지분이 공수표가 될 공산이 커졌다. 삼성전자 부품 계열사들도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팬택에 스마트폰용 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삼성전기는 회로기판(PCB)과 카메라 모듈, 삼성SDI는 배터리 등을 납품해왔다. 삼성 계열사들이 한 해에 팬택에 납품하는 규모는 2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이 6대3대1 구조다. 가뜩이나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3위 사업자인 팬택마저 사라지면 삼성전자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양강체제가 고착화되면 제조사와 가격 등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 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외산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팬택이 사라지면 고객들의 휴대전화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휴대전화 제조 생태계의 활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또 있다. 팬택의 3자 매각 가능성이다.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인도 휴대전화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다. 업계는 저가폰 중심인 마이크로맥스가 팬택의 기술력을 확보, 고가폰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본다.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졌지만 기술력은 미흡한 중국 업체들도 팬택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이 어디로 팔리든 기술유출은 피할 수 없다는 애기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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