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징계 왜 늦어지나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두 수장이 중징계 통보를 받은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아직 두 수장의 제재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계 결정이 미칠 파장과 경징계가 이뤄질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비판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KB금융그룹의 경영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5번의 재제심위를 열었지만 아직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제재 수위를 결정하지 못했다.왼쪽부터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사진=뉴시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와 내부통제 부실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통보 3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14일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ㆍ도쿄지점 불법대출ㆍ주택채권 횡령 사건의 제재심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한데다 소명절차가 길어졌기 때문이다”며 “다음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제재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이 느끼는 피로도와 경영공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KB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KB생명ㆍKB금융투자ㆍKB자산운용ㆍKB부동산식탁ㆍKB신용정보 등 5곳의 대표 임명이 연기되고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제재 수위에 관한 결정이 미뤄지면서 임원인사 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징계 여부가 확정되기 전에는 인사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재 결정이 연기되면서 임직원이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며 “징계 여부가 결정돼야 이후 대응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영대 KB국민은행 새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두 수장의 주도권 싸움 때문”이라며 “금감원의 제재 수위 결정 연기는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 때문에 국민은행이 망가지고 있다”며 “금감원 제재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금감원의 제재 수위 결정이 늦어지면서 그 이유가 뭐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 사태와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서 금감원의 감독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을 무마하기 위해 중징계 통보를 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중계 결정이 미칠 파장과 경징계가 이뤄질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비판을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21일 열릴 제재심위에서 제재 수위가 결정되지 못하면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은 물론 금감원에게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경영 공백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리딩 뱅크’ 탈환이라는 KB금융그룹의 목표를 달성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징계 영향을 수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해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모두 중징계를 받고 물러날 경우 회장과 행장 선출에만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경영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데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것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서다. 또한 제재 수위 결정이 연기돼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도 그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감원이 제재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것은 금감원과 KB금융그룹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며 “정상화가 늦어져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대 노조위원장은 “금융당국이 결정을 미루면서 낙하산 인사에게 면죄부를 주려하고 있다”며 “국민은행 임직원과 고객을 기만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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