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철과 김장열의 바른투자

▲ 중국 소비계층이 넓어지면서 한국 관광산업에 봄바랑이 불고 있다. 사진은 중국 춘절 때 시장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사진=뉴시스]

글로벌 경제정글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소비만 하던 미국이 ‘수출국’으로 변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소비자의 지갑도 두꺼워졌다. 이럴 때일수록 좋은 기업을 찾기에 앞서 글로벌 생태계의 변화를 명확히 이해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자칫하다간 ‘이미 떠난 물고기를 찾아 헤매는 어부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바다의 수온水溫과 해류海流가 변하면 바닷속은 물론 육지의 생태계도 완전히 달라진다. 수천년을 살아온 물고기들이 떠나고 새로운 종種이 그 자리를 채우는가 하면 해상 식물과 바다 위를 나는 철새들의 서식지도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생태계 변화를 인지한 어부는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떠난 어류를 찾아 시간과 돈을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 변화는 자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국가간의 무역, 산업, 기업 같은 경제 생태계에도 변화는 존재한다.
 
주식시장의 유망업종이 수시로 바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쇠퇴기에 접어든 산업에서 성장기업을 찾는 것은 떠난 어류를 찾아 헤매는 어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성장 산업에서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기업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결국 투자의 성공 여부는 단기정보나 타이밍보다는 시장의 변화를 바르게 인지하고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제란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누군가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를 생산해야 하며 누군가는 그것을 소비해야 한다. 각 국가의 역할도 다르다. 중국 등 신흥국은 생산을 담당했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그것을 소비해왔다. 그래서 경기상황을 판단할 때 신흥국은 소비보다 생산 관련 지표가, 선진국은 실업률, 지출, 소비 관련 지표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 미국의 경기가 좋아지면 우리나라 ITㆍ자동차 등 소비재 수출이 증가하고,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기가 좋아지면, 화학ㆍ철강ㆍ기계 등 소재ㆍ산업재들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미국의 경기 회복은 우리에게 긍정적이어야 한다. 미국 경기는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낮아지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해 고용상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미국의 실업률은 2010년 6월 9.4%에서 올해 6월 6.1%까지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위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나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 주로 신흥국 제품을 소비하던 미국이‘수출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의 상황이 이렇게 좋다면 한국 시장도 개선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 주식시장은 연초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의 3년간 2000포인트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미국의 경기 확대가 신흥국 경기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경기 확대에도 중국의 경기가 신통치 않았던 거다. 그래서 한국 시장의 전통적인 중국 관련 산업인 화학ㆍ철강ㆍ기계 등 소재ㆍ산업재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美 봄바람, 韓 찬바람

변화의 핵심은 ‘미국 제조업 부활’에 있다.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수출국가로 변모할 가능성이 생겼다.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미국의 제조업들은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옮기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를 유지해 오면서 달러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미국은 이제 수입을 통한 소비도 많이 하지만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가 됐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미국의 제조업 부활은 결국 중국 등 신흥국들의 수출 경기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의 올 상반기까지의 미국 등 선진국향 수출은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 등 신흥국 수출은 부진했다.

 
‘수출국’으로 변신한 미국은 여전히 소비가 살아 있지만 ‘내수시장’을 강화하는 중국 등 신흥국의 문턱은 더 높아졌다는 거다. 지난 상반기 국내 수출은 전년 대비 2.6% 성장에 불과했는데, 이대로라면 우리의 연간 수출 증가율 목표치인 5%대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 외에 우리가 인지해야 할 변화는 중국 등 신흥국들의 소득 수준 향상이다. 과거 한국의 중국향 수출을 보면 과거에는 화학ㆍ철강ㆍ기계 등 산업재들이 주력이었지만 최근에는 화장품을 비롯한 소비재 수출이 커지고 있다.

물건을 수출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소득증가는 중국 관광객의 증가로 이어지며 국내 호텔, 면세점, 카지노 업종의 수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한국콜마, 코스맥스, 아모레퍼시픽, GKL, 파라다이스, 호텔신라, 삼익악기, 리홈쿠첸 등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주가가 큰 폭의 성장하고 있다. 산업재에서도 자동차 부품 등 중국 소비와 관련이 있는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거다.

글로벌 경제 구도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삼성물산이었다. 당시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이 건설과 무역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IT산업의 발전과 선진국들의 소비확대에 힘입어 지금은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향후에도 삼성전자가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구도가 변화하더라도 결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국가간의 통신ㆍ운송의 발달,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산으로 전세계 국가의 경제적ㆍ기술적 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생태계 변화의 ‘시사점’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생태계의 환경변화라는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변화를 이해하는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과거보다 빨리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투자 관점도 변화해야 한다. 좋은 기업을 찾기에 앞서 글로벌 경제 구도와 산업의 변화를 명확히 이해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을 명확히 이해했다면 그 산업을 주도하는 1등 주식에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투자해야 할 주식은 현재의 기업가치가 좋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좋아질 주식이다. 투자는 변화에 ‘반응’하는 것이지 반발하는 것이 아니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oocj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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