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기 회장의 감성경영

행복한 직원은 긍정적인 성과물을 만들고, 시장으로 나가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 이직률도 낮아진다. 문제는 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 뭐냐는 거다. 답은 간단하다. 그들의 소소한 감성을 경영하면 된다. 그들의 고충과 고뇌를 행복한 비명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이게 감성경영의 요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존재 목적이자 경영의 핵심 본질이다. 끊임없이 성과를 향상시키고 지속 성장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살아남는 효율적 방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익성과 직원복지는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다. 하지만 감성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복지福祉는 계량화할 수 있는 양적수치나 제도이기에 앞서 ‘직원들의 행복한 삶’을 의미한다. 직원이 행복해야 그들이 속한 직장이 즐겁고, 직장이 즐거워야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필자가 추구하는 감성경영의 핵심이다.

직원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업계에서 ‘감성경영’은 생소한 단어다. 예컨대 필자가 경영하는 물류회사는 특성상 남성적이고 딱딱한 업무가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화주에게 인수한 화물을 항공사ㆍ선사와 연결하는 업무부터 물류이송 일체의 업무를 주선ㆍ관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감정노동의 강도가 상당하다. 화주와 고객을 상대로 소모하는 감성이 충전돼야 행복해질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회사는 직원의 감성에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 고충과 고뇌의 소리를 행복한 비명으로 바꿔줄 수 있어야 한다.

▲ 직원의 문화활동 참여가 높을수록 조직 동일시 경향이 짙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행복한 직원은 긍정적인 성과물을 만들고, 시장으로 나가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 직원들이 즐거우면 고객 서비스가 자동으로 강화되게 마련이다. 이직률도 낮아진다. 다른 회사로 전직했다가 돌아오는 ‘유턴’ 직원들도 생겨난다. 이렇게 보면 다소 딱딱한 업종의 기업에 감성을 더하는 것은 ‘무리한 과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감성경영의 도입이 쉽다는 건 아니다. 형체조차 없는 ‘감성’을 직원들에게 주입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그 솔루션을 ‘문화’에서 찾았다. 노동의 공간을 ‘재미 또는 사색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문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업 문화경영 효과 연구’에 따르면 종업원의 문화활동 참여가 높을수록 종업원들의 조직 동일시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업이 문화활동 지원을 하자, 직원들은 업무능률향상으로 응답했다. 고객대응능력이 향상됐음은 물론이다. 어떤 업무든 고객을 대하다 보면 마음이 요동치기 일쑤다. 하지만 풍부한 문화적 감성으로 무장된 직원들은 자신과 상대의 정서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힘을 갖고 있다. 감성지능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문화가 밑바탕에 깔린 감성경영에 힘을 쏟았다. 사무공간에 예술을 접목한 아트오피스로 첫발을 뗀 감성경영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여가 친화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스머프데이(스타일은 살리고 머리는 비우는 프라이데이), 작은 음악회, 브런치데이 등의 프로그램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자 예술기획 전문가, 색채디자이너, 현직 성악가 등 “여긴 뭐 하는 회사냐”는 질문이 나올 만큼 독특한 이력을 지닌 직원들도 생겨났다.

감성경영 도입의 첫걸음을 가능하게 한 직원들이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감성경영의 크고 작은 곳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들만의 아이디어로 감성경영이 채워진 건 아니다. 필자는 직원이 원하는 바를 무기명이나 자유발언을 통해 요청하고 임직원 회의를 통해 복리후생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회사가 직원들의 양보를 구할 때도 있었다. 직원의 배려로 양보를 얻은 기업은 ‘감사의 마음’을 간직했다가 다시 직원에게 베풀었고, 그 결과 애사심이 고취됐다.

기업은 종업원의 능력으로 생존한다. 우리는 그들의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감정노동자인 종업원의 감정적인 울림을 들으라는 얘기다. 그다음엔 소모된 감정을 충전해 줄 수 있는 문화적 콘센트를 마련해야 한다. 감성경영은 그렇게 시작된다. 오늘도 직원들은 필자의 방을 노크한다. “회장님, 뭐하고 놀아야 행복할까요?”
채명기 DSE(엠엘씨월드카고) 회장 mkchai@dsecar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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