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M&A 성적표

현대백화점그룹이 가전업체 ‘위니아만도’를 품에 안았다. 가구업체 리바트, 의류업체 한섬에 이은 대형 빅딜이다. 유통전문업체에서 제조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발판까지 마련했다. 문제는 그룹 실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다. 유통 애널리스들이 매긴 성적표는 대략 이렇다. “리바트는 합격점, 한섬은 글쎄올시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가운데)이 광폭 M&A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현대백화점그룹이 또 하나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를 인수ㆍ합병(M&A)하는 데 성공한 거다. 현대그린푸드는 8월 11일 공시를 통해 “위니아만도 최대주주인 위니아만도 홀딩스로부터 인수제안을 받았다”며 “8월 7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1500억원 안팎이다.

최근 몇년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M&A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가구 전문업체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를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 패션전문업체 한섬을 품에 안았다. 정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2010년 6월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은 ‘비전 2020’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을 연 20조원으로 늘리고 이를 위해 대형 M&A에 적극 나서겠다.”

2000년대 초반 홈쇼핑(현대홈쇼핑)과 케이블TV(현대HCN) 사업에 진출한 현대백화점그룹은 본업인 유통망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최근 M&A 행보는 조금 다르다. 제조업체 인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유가 뭘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에 정부규제가 강화되면서 먹거리가 줄어들었다”며 “제조업으로의 진출을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존 유통채널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를 꾀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년간 유통업계는 별다른 성장을 거두지 못했다. 롯데, 신세계 같은 경쟁사들이 백화점 이외에 대형마트ㆍ편의점ㆍ상품공급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의 전략은 이들과 다르다. M&A를 통한 제조업 인수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롯데ㆍ신세계의 경우 다양한 유통채널 확장을 통해 탈脫백화점 전략을 꾀하고 있다면 현대백화점은 제조업체 등을 인수를 통해 백화점과의 시너지를 키우는 이른바 ‘합合백화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정 회장의 M&A 전략은 그룹에 힘을 보태고 있을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리바트의 올 2분기 매출(연결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13% 늘어난 174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6.5% 증가한 123억원이었다. B2C 부문(가정용 가구)을 주력으로 대형 대리점과 백화점 위주의 입점을 확대한 게 성장 비결로 꼽힌다. 한섬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은(연결기준) 128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6.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4% 감소한 149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아직 M&A 효과를 판단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리바트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좋아진 것”이라며 “한섬의 경우 최근 수입브랜드 사업 전개를 통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대형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한섬의 경우 현대백화점의 유통채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렸다”며 “리바트나 위니아만도는 현대그룹 계열사에 특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실탄이 충분하기 때문에 M&A 효과를 내는 데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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