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단백질과 지방덩어리에다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 치킨은 열량이 높을 수밖에 없다.[사진=뉴시스]
치킨과 맥주, 일명 ‘치맥’은 입맛 측면에서 보면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짜고 기름진 안주를 먹고 찬 맥주로 입과 위장을 씻어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햄버거나 피자에 차가운 콜라가 빠지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 입맛을 사로잡은 이 음식들이 우리의 뱃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뱃살을 키우는 데 있어서도 환상적 궁합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찬 음료를 들이켰으니 내일 아침 쾌변도 장담할 수 없다. 장 건강을 지킴에 있어 찬 것은 기본적으로 좋지 않아서다. 기름지고 냉한 것과 조우한 우리의 몸은 입에서 느낀 즐거움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선 치킨의 역사를 살펴보자. 오늘날 풍요와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치킨. 그러나 그 역사는 의외로 어둡고 비참해 흑인들이 노예생활을 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들이 먹다버린 닭 조각들, 다시 말해 뼈가 많은 부위인 날개ㆍ목ㆍ닭발(무릎아래)을 뼈째 먹기 위해 흑인 노예들이 튀겨 먹은 것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흔히 치킨은 닭을 조각내어 요리하지만 통닭이라는 말은 닭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됐음을 의미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의 통닭은 말 그대로 펄펄 끓는 기름통에 통째로 담가 튀겨낸 것이다. 바삭한 식감을 주는 닭 껍질의 유실을 막고자 튀김 옷을 입혀 튀겨낸 것이 전부다.

현란한 기교를 부리는 치킨, 일명 조각 닭이 등장한 것은 아마도 88올림픽 전후로 기억이 된다. 치킨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업소가 전국에 3만2000여곳이나 된다. 심야시간대 야식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비만관리 차원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이 있다. 단백질과 지방덩어리를 밀가루 옷을 입혀 튀겨 냈으니 열량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특히 늦은 밤 시간에 음식을 먹는 행위는 소화기관의 휴식을 방해하므로 신진대사를 저하시키는 대표적 원인이 된다. 음식자체와 그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이 동시에 문제가 된다는 거다.

또한 최근의 치킨은 더욱 달고 짜지는 경향이 있다. 짠 음식을 먹고 혈액 속의 나트륨 함량이 높아지면 우리 몸은 항상성의 유지를 위해 혈액속으로 수분을 유입한다. 이때부터 염분의 농도가 정상이 될 때까지 우리 몸은 지방대사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짜게 먹는 식습관이 수분으로 인한 부종 비만을 초래하는 이유다.

인간이 아득한 옛날 수렵채집인으로 살아갈 때는 작은 새 한 마리를 잡아먹기 위해 밀림을 4시간 이상 뛰어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생활은 어떤가. 자동차에 앉아 치킨 한 마리를 먹어 치우는데 몇십분이면 족하다. 인류의 역사 250만년은 장구한 세월이었지만 궁핍이 풍요로 바뀌고 다시 풍요가 과잉으로 바뀌는데 불과 50년의 세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민이 8억 마리의 치킨을 먹어치웠다고 한다. 인간이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런 욕구이므로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이 되어선 곤란하다. 입맛을 추구하면 몸매를 망칠 가능성이 크기에 하는 말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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